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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에 자금조달처 美→유럽까지 확대하는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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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승인 : 2025. 11. 20. 16:29

"우량 신규 해외 투자자 유치…조달원 다변화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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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량 신규 해외 채권 투자자 유치에 힘을 쏟기로 했다. 사업 확대는 물론 총부채 급증에 따른 이자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국내 시장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채권을 지나치게 많이 풀 경우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5억 규모(약 8493억원)의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유로화 공모채권 발행은 LH 통합 이래 최초인 동시에 지난 5월 5억 미국 달러화(약 6936억원) 공모채 발행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해외채권 공모 발행이다. 이번 채권 발행 대금은 전액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비금융공기업 최초로 브라질 헤알화 표시채권을 발행하며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왔다.

이번에 발행한 채권 만기는 3년이며 발행금리는 3년물 유로 미드스와프(유로화 표시 채권 지표 금리 중 하나) 대비 0.37%를 가산한 수준이다. 이번 거래는 BNP 파리바, 크레디트 아그리콜, 도이치뱅크, HSBC, 한국산업은행이 주관했다.

앞으로도 LH는 안정적인 정책사업 추진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우량 신규 해외 투자자 유치 및 조달원 다변화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LH가 이 같은 전략을 마련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LH의 해외신용등급은 Aa2(무디스), AA(S&P) 등으로 국내 최상위권이다. 국내에서 우량 채권을 지나치게 많이 발행할 경우 자금이 LH에 몰릴 수 있다. 올해 채권발행 한도가 지난해보다 2조원 늘어난 15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에서만 자금을 모집하기엔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포함돼 있다.

재무적인 측면도 고려했다. 실적 하락에 이어 기업이 외부 자금을 조달할 때 발생하는 금융원가가 증가되면서 이자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실제 2021년 영업이익이 5조6486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급감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엔 영업손실 4277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단위 적자전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총부채는 138조8884억원(2021년 말)에서 165조206억원(2025년 6월 말)으로 늘면서 금융원가는 4901억원(2021년 말)에서 1조1048억원(2024년 말)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엔 5384억원이 발생되면서 올해 금융원가도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올 상반기 LH의 금융원가 내역을 보면 이자비용 1046억원, 할인차금상각 4322억원 등이 있다. 할인차금상각은 사채 등 금융상품이 액면가와 다르게 발행될 때, 그 차액을 매년 이자비용처럼 상각하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LH는 2025~2029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공개하고 재무건전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여기엔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상각을 차감하기 전의 이익)/총지급이자 기준 이자보상배율을 1.0배(2025년)에서 2.3배 이상(2029년)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금융시장에선 이자보상배율이 1.5배 이상이면 이자지급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구노력도 병행한다. 대토보상 등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2조8500억원의 지출사업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금융비용 절감 등 4290억원의 경영효율화를 추진한다. 집단에너지시설 매각(2376억원) 등 총 2683억원의 비핵심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대토보상은 공익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5년간(2025~2029년) 토지조성 등을 이유로 총 235조2000억원의 달하는 사업비를 조달해야하는 만큼 이자부담부채비율을 141.3%(2025년)에서 162.5%(2029년)로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LH가 이자부담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관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으로 늘리는 셈이다. 이자부담부채비율은 총차입금(이자 부담 부채)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금융시장에선 200%를 초과하면 재무구조 안정성이 흔들린다고 보고 있다.

LH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워낙 우량해 자금 조달엔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업이 많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우량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LH의 총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2일 LH 개혁위원회에 참석해 "재무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 개혁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은 "정부가 LH에 땅 장사를 하지 말고 공공임대주택을 추진하라고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LH가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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