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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네수엘라 군사행동 검토…“새 전쟁 피하겠다”던 약속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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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1. 16. 10:53

고위 안보라인 총출동…백악관서 연일 논의
공격 시 콜롬비아 등 중남미 협력도 흔들릴 수 있어
카리브해 미군 1만5000명 규모… 향후 결정 주목
US-VENEZUELA-DRUGS-POLITICS
미 국방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으로,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 등이 대서양의 한 해역에서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와 합동 작전을 하고 있다. 포드 항모전단은 지난 11일 미 해군 남부사령부 관할 해역으로 진입했으며, 이 지역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전역을 포함한다./AF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대응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거의 내렸다"고 밝히는 등, 최근 며칠 사이 백악관 내 고위급 논의가 급격히 확대하면서 지역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이동하는 공군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사 행동과 관련해 어느 정도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최근 몇 차례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대니엘 케인 합참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이미 "대기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직접 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년간 강조해온 "새로운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기조와 상충한다. 의회에도 "준비 중인 작전은 없다"고 약속해 온 만큼, 정책 신뢰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중남미 국가와의 공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불법 정권'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 왔고, 최근에는 마두로 체제 붕괴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마두로 체포·기소 정보를 제공하면 지급하는 현상금을 25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두 배 인상한 바 있다.

미 해군 항모 USS 제럴드 R 포드는 현재 카리브해 인근 해역에 배치돼 있으며, 함재기 조종사들이 이미 베네수엘라 방공망 분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격 명령은 아직 하달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미군 움직임에 대응해 육해공군 20만 명의 대규모 동원령을 발표했다.

미 군사계획에는 델타포스 투입 가능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위급 표적 제거·체포 작전에 특화된 부대로, 최근 중동 전역에서 활발히 운용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이뤄진 '마약 밀수용 선박 타격 작전'을 육상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이 작전을 통해 지금까지 80명 이상을 사살했으며, 미 행정부는 이를 "동맹국과의 집단적 방어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논리가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최근 의회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베네수엘라 영토 내 작전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미군 배치와 내부 검토가 알려지며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의 설명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며 "의회에 솔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인디애나주의 토드 영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은 미국이 해외 분쟁에 덜 얽히길 바라는 대다수 국민 정서와 어긋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 전역에서 확대해온 군사 작전은 지역 내 미국의 오랜 파트너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마약 단속 협력의 핵심축이었던 콜롬비아는 최근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사실상 미국의 강경 군사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의 근접 폭격은 승인할 수 없다"며, 최근 미군 타격 지점과 관련해 미국에 재발 방지 요청을 했다.

포드 항모를 포함해 현재 카리브해에는 순양함 USS 게티즈버그, 레이크 이리, 구축함 그레이블리, 스톡데일, 상륙전력 이오지마, 포트 로더데일, 산안토니오 등이 배치돼 있다. 대서양 인근에는 USS 마한, 베인브리지, 윈스턴 S. 처칠이 포진해 있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조건만 보면 미국이 압도적 우위"라면서도,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중남미 전체에 긴장이 급속히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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