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대표 명의 사과문 등 공식 입장 없어
공시 의무 위반 피하기 위한 형식적 공시뿐
일주일새 주가 16% 하락…수주 경쟁력 약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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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울산 북구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거푸집 구조물이 무너지며 근로자 7명이 매몰됐다. 이 가운데 5명이 사망했고, 2명은 여전히 수습되지 않았다. 특히 1명의 근로자는 아직까지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J중공업은 사고 이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거나 김완석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연초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주요 건설사 대표들이 사망사고 발생 직후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 등은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수장을 교체한 바 있다.
HJ중공업이 사고 이후 내놓은 입장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중대재해 발생' 및 '생산 중단' 공시 두 건이 전부다. 이마저도 지난달 20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ESG 평가 및 공시 개선 방안'에 따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공시 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를 피하기 위한 형식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경영진의 리더십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세계적인 조선업 호황 기대에 힘입어 HJ중공업은 지난해 4조7000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성과를 냈지만, 이번 사고로 건설부문 전반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특히 HJ중공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공공공사 수주 경쟁력 약화도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근절'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징금 도입, 건설사 영업정지 요건 확대, 공공입찰 참가 제한 강화 등의 조치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사고 여파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고 발생 전날인 5일 HJ중공업의 종가는 2만5250원이었으나, 이날 종가는 2만1250원으로 불과 5영업일 만에 약 16% 급락했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조선업 협력 기대감이 커지며 8월 초 8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지난달 3만3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낙폭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224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건설부문을 이끌고 올해 상반기 8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대형 인명사고와 아쉬운 대처로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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