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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Z세대가 다시 부르는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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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0. 30. 11:07

오아시스 내한콘서트
오아시스 내한콘서트/라이브네이션코리아
떼창과 강강수월래, 그리고 헤드뱅잉. 최근 '브릿팝의 전설' 오아시스(Oasis) 내한 공연장에서 10·20세대가 보여준 풍경이다. 이들은 서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오아시스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금세 하나가 됐다. 이날 공연장에서 세대의 경계는 사라졌고 오직 음악만 남았다.

최근 Z세대와 밀레니얼 초입 세대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오아시스의 이름이 다시 불린다. '원더월'(Wonderwall)과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는 1990년대 브릿팝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사회관계망(SNS) 속에서 감정을 전하는 언어로 다시 들린다. 태어나기도 전의 밴드를 '지금의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오아시스를 다시 듣는 이유는 단순한 복고의 유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가공되지 않은 감정'을 향한 갈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꾸며진 음악보다 솔직한 사운드에 마음을 두고 완벽한 무대보다 진심이 느껴지는 한 구절에 더 깊이 반응한다.

오아시스의 노래는 청춘의 불안과 솔직함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세밀하게 계산된 완벽함보다 이들이 전하는 감정의 여운이 세대의 마음을 흔든다. 데뷔 싱글 '슈퍼소닉'(Supersonic)의 "I need to be myself(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가사는 타인의 기준보다 자신을 지키려는 세대의 마음을 대변한다. 완벽을 강요받는 시대 속에서 이 투박한 노래는 진심의 언어로 작동한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에서도 다르지 않다. 일본의 10·20대에게 오아시스는 '레트로 감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시부야계 음악이 도시의 서정과 낭만을 담았듯 오아시스의 멜로디에도 비슷한 정서가 있다. '도쿄의 밤거리'나 '비 오는 골목길' 같은 영상 속에서 이들의 음악은 배경이 되며 과거의 무드가 현재의 감성과 겹쳐진다.

리암 갤러거의 버킷햇과 트랙 재킷, 무심한 태도는 일본 거리에서 '브릿팝 패션'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오아시스 콘서트에서도 공식 MD 상품으로 만날 수 있었고 팬들은 다양한 브릿팝 패션을 소화하며 그 시절의 감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되살렸다.

세대는 바뀌었지만 '쿨함'의 기준은 여전히 거칠고 솔직한 이미지 위에 놓여 있다. 결국 오아시스는 오늘의 세대에게 '진정성의 상징'으로 남는다. AI와 필터가 감정을 대체하는 시대에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가공되지 않은 인간성을 증명한다.

Z세대는 복고를 흉내 내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의 노래를 지금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며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확인한다. 오아시스의 멜로디가 다시 울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음악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진심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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