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목사 "죽은 자리서 살아나는 게 십자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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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전 대표회장이자 나부터포럼 대표인 류영모 목사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20일 열린 제4차 '나부터포럼' 세미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류영모 목사는 파주 한소망교회 설립자로 제5회기 한교총 대표회장, 제106회기 예장(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으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원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나부터 포럼'은 류 목사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나부터 개혁과 실천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한국교회와 함께 만든 단체다.
제4차 나부터포럼 주제는 '인공지능(AI)과 교회'였다. 류 목사는 나부터포럼이 AI를 다룬 이유를 '새벽에 먼저 일어나 우는 닭'으로 비유했다.
류 목사는 "교회는 사회 속의 외딴섬이 되는 게 아니라 새벽닭처럼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우리 옆 중국의 경우만 봐도 시진핑 국가주석은 과학굴기를 통치 이념으로 삼아 무섭도록 AI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에선 1년에 500만명의 과학도가 나온다. 이런 실정인데 우리는 진영싸움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는 여러 종교 가운데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에 속한다. 목회 현장에서 AI 활용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일부 목회자들은 자료 조사를 넘어 설교문이나 기도문 작성까지 이용하고 있다. 류 목사는 젊은 목회자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류 목사는 "AI사회를 경고한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이란 책이 나왔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목회자들이 AI가 주는 편리함에 취해 지나치게 의존할 때, 짜깁기 설교에 익숙해지고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쓸 때는 편리하겠지만 본질적인 것을 잊고 타성에 젖을 경우 다 망가진 다음에서야 알 게 된다. (공동체에 대한) 경험과 고뇌가 있어야 제대로 된 목회가 가능하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나부터포럼은 '축소사회' 등 교단에서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와 교회 이슈를 다뤄왔다. 류 목사는 "예언자적 사명으로 2026년 가야할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 포럼의 목적"이라며 "올해는 선교 140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과거 70년은 폐허 위에서 산업화·민주화에 힘쓴 회복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영적인 파괴 앞에서 회복하는 시기"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교회는 AI를 부조종사로 삼아야 한다. 조종관은 AI에 절대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면서 "내년은 본질에 집중하는 해가 돼야 한다. 숫적인 부흥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강소교회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