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절감·작업 기간 단축…"일자리 많이 창출할 것"
배우 연기는 대체 못해…"창작 태도 더욱 중요해져"
|
연출과 제작을 겸한 강윤성 감독은 "지난해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을 촬영하고 있을 때 연출과 제작 제안을 받았다"며 "AI 기술을 극장용 영화로 실증해보고 싶은 마음에 제안을 수락한 뒤, 25년 전 써 놨던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건물 파괴와 크리처 장면 등을 추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러닝 타임 61분에 주중 관람료는 8000원으로, 일반 극장용 영화보다 다소 저렴하게 볼 수 있는 '중간계'는 국정원 요원(변요한)과 경찰(김강우), 배우(방효린) 등 범죄로 엮인 다섯 남녀가 이승과 저승 사이인 중간계에 갇혀 호랑이·뱀·쥐 등 12간지 동물들의 모습을 한 저승사자에게 쫓긴다는 내용의 판타지 액션물이다. 지난 19일까지 상영 닷새간 2만2000여 만명을 불러모아, 제작진이 밝힌 손익분기점 20만명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 영화에는 권한슬 감독이 AI 연출로 힘을 보탰다.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해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권 감독은 AI 기술 도입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비용 절감보다 작업 기간 단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보통 이 정도 규모의 판타지 액션물은 컴퓨터그래픽(CG)을 더하는 후반 작업에만 못해도 1년 이상이 걸리지만, 우리 영화는 AI 덕분으로 한 달 반 만에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AI 작업의 단점이었던 '일관성 부족'도 빠른 기술 발전으로 해결됐다. (기술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면 작업 기간 중에도 매달 큰 폭으로 좋아졌을 정도"라면서 "속편이 만들어질 경우, (AI로 만들어진) 밝은 장면에서 해상도가 살짝 낮아지는 단점마저도 완전히 극복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기에 강 감독은 "그린 스크린없이 현장 촬영분에 AI를 입힐 수 있어, 배우들로서는 시선 처리만 잘하면 (그린 스크린 앞일 때보다) 연기하기가 오히려 자연스러웠을 것"이라며 "차량 폭파 장면만 해도 평상시 같으면 촬영에만 4~5일이 소요됐을텐데, AI의 도움으로 금세 찍을 수 있었다"고 거들었다.
|
"자본을 늘 염두에 두고 상상력에 제한을 받기 일쑤인 창작자들이 AI를 '도구'로 삼아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테고, 이 과정에서 영화계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겁니다. 반면 배우의 연기처럼 아주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은 AI가 대신할 수 없으므로, AI가 인간 배우들의 자리까지 차지할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테슬라가 상용화를 서둘러 전기차 기술을 끌어올리고 영역을 확대했던 것처럼, '중간계'도 우리 영화계에서 그 같은 역할을 해 내기를 기대합니다."(강윤성)
"AI가 후반 작업은 물론 사전 작업에서도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구체적으로는 AI가 시나리오 단계에서의 프리 비주얼을 구현하고 그림 스토리보드를 대체하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어떤 분들은 스토리 작가들의 실직을 걱정하시겠죠. 하지만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스토리 작가들이 AI를 사용하게 될테니까요."(권한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