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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韓 영화계, AI ‘도구’ 삼는다면 재도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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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0. 20. 13:40

영화 '중간계' 강윤성·권한슬 감독, AI 순기능 역설
예산 절감·작업 기간 단축…"일자리 많이 창출할 것"
배우 연기는 대체 못해…"창작 태도 더욱 중요해져"
강윤성 권한슬
영화 '중간계'에서 연출과 인공지능(AI) 연출을 각각 맡은 강윤성 감독(왼쪽)과 권한슬 감독은 "불황의 한국 영화계가 AI를 도구 삼아 위기를 타개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제공=CJ CGV
보통 새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는 흥행에 대한 기대로 다소 들뜬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편이다. 그러나 얼마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중간계'의 감독들과 취재진이 만난 자리는 달랐다. 지난 15일 복합상영관 CGV에서 단독 개봉한 이 작품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영화로, AI가 그려갈 한국 영화계의 미래와 관련해 진지한 어조의 문답이 쉴 새없이 오갔다.

연출과 제작을 겸한 강윤성 감독은 "지난해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을 촬영하고 있을 때 연출과 제작 제안을 받았다"며 "AI 기술을 극장용 영화로 실증해보고 싶은 마음에 제안을 수락한 뒤, 25년 전 써 놨던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건물 파괴와 크리처 장면 등을 추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러닝 타임 61분에 주중 관람료는 8000원으로, 일반 극장용 영화보다 다소 저렴하게 볼 수 있는 '중간계'는 국정원 요원(변요한)과 경찰(김강우), 배우(방효린) 등 범죄로 엮인 다섯 남녀가 이승과 저승 사이인 중간계에 갇혀 호랑이·뱀·쥐 등 12간지 동물들의 모습을 한 저승사자에게 쫓긴다는 내용의 판타지 액션물이다. 지난 19일까지 상영 닷새간 2만2000여 만명을 불러모아, 제작진이 밝힌 손익분기점 20만명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 영화에는 권한슬 감독이 AI 연출로 힘을 보탰다.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해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권 감독은 AI 기술 도입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비용 절감보다 작업 기간 단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보통 이 정도 규모의 판타지 액션물은 컴퓨터그래픽(CG)을 더하는 후반 작업에만 못해도 1년 이상이 걸리지만, 우리 영화는 AI 덕분으로 한 달 반 만에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AI 작업의 단점이었던 '일관성 부족'도 빠른 기술 발전으로 해결됐다. (기술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면 작업 기간 중에도 매달 큰 폭으로 좋아졌을 정도"라면서 "속편이 만들어질 경우, (AI로 만들어진) 밝은 장면에서 해상도가 살짝 낮아지는 단점마저도 완전히 극복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기에 강 감독은 "그린 스크린없이 현장 촬영분에 AI를 입힐 수 있어, 배우들로서는 시선 처리만 잘하면 (그린 스크린 앞일 때보다) 연기하기가 오히려 자연스러웠을 것"이라며 "차량 폭파 장면만 해도 평상시 같으면 촬영에만 4~5일이 소요됐을텐데, AI의 도움으로 금세 찍을 수 있었다"고 거들었다.

중간계
영화 '중간계'의 출연진인 임형준(맨 왼쪽부터)과 변요한, 방효린, 김강우 등은 특수시각효과가 동원되는 장면에서 컴퓨터그래픽(CG)의 힘을 빌릴 때처럼 그린 스크린 앞이 아닌,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실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제공=CJ CGV
이 같은 장점에도 AI 기술이 영화계에 불러올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이유, 이를테면 AI가 일자리 등 인간의 영역을 빼앗는 상황까지 치닫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관련해 강 감독과 권 감독은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그럴 일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본을 늘 염두에 두고 상상력에 제한을 받기 일쑤인 창작자들이 AI를 '도구'로 삼아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테고, 이 과정에서 영화계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겁니다. 반면 배우의 연기처럼 아주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은 AI가 대신할 수 없으므로, AI가 인간 배우들의 자리까지 차지할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테슬라가 상용화를 서둘러 전기차 기술을 끌어올리고 영역을 확대했던 것처럼, '중간계'도 우리 영화계에서 그 같은 역할을 해 내기를 기대합니다."(강윤성)

"AI가 후반 작업은 물론 사전 작업에서도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구체적으로는 AI가 시나리오 단계에서의 프리 비주얼을 구현하고 그림 스토리보드를 대체하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어떤 분들은 스토리 작가들의 실직을 걱정하시겠죠. 하지만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스토리 작가들이 AI를 사용하게 될테니까요."(권한슬).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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