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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피해는 최근 수년간 크게 늘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년 1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납치·감금 신고가)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고 계속해서 폭증하고 있었는데도 이 부분 업무를 일부 놓쳤던 게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캄보디아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로 약 4353억원(올해 예산 기준)을 지원받는데도 한국인 상대 강력범죄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을 들어 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감 답변을 통해 "특단의 대책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그의 '만들고자 노력'이라는 답변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또 "지금 캄보디아와 논의 중인 것은 귀국할 인원들을 전부 비행기로 (태워 오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때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증 처방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대학생 살해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야 캄보디아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해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정부는 사건 발생 후에야 현지 대응 시스템 강화와 '코리안 데스크' 설치 추진 등을 밝혔다. 그러나 현지 '컨트롤 타워'인 대사가 없는 데다 우리 경찰도 3명만 상주해 실질적 구조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인 납치 피해자들이 전기 고문, 쇠 파이프 폭행, 장기 매매 위협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대응 시스템조차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현지 교민사회는 자경단을 꾸려 자체 대응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들의 경우 자국민 구출 작전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와 대조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태'와 관련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신속히, 정확하게, 확실하게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한 차례 지시에 그칠 일이 절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1500만명 가까운 국민이 해외로 나갔기에 캄보디아 사태와 같은 일이 곳곳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꾸준한 관리와 감독을 통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상시 대응 시스템의 조기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