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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조희대 대법원장 이석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난장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인사말을 끝낸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법원장 이석 후 법원행정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날 선 공격을 1시간 이상 묵묵히 들어야 했다.
우선, 사법부 수장을 국감장으로 불러 의원들에게 답변토록 '강요'한 것은 단순히 관례를 깬 정도가 아니다. 위헌, 위법의 소지가 있다. 헌법의 핵심인 삼권분립은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동등하고 평등하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이러한 삼부(三部) 간의 평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견제와 균형' 원칙은 공허한 얘기일 뿐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폭주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선출권력 우위론'이 있다. 국민 투표로 당선된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입법 독재' '여당 독재'로 직결되는 위험한 논리다. 헌법 정신에 배치됨은 물론이다.
이런 형식(법)상의 흠결 못지않게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들의 질의 내용도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최혁진 의원은 일부 재판 결과 등을 거론해 "친일사법"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에 조 대법원장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담은 패널을 들어 보였다. 조 대법원장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것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인사를 추천해 조희대 당시 교수를 낙점한 것"이라며 거칠게 공격했다. 폭력배들이나 하는 조리돌림 행위라고 하겠다. '인민재판'이라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전현희 의원 등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파기환송 경위를 집중 추궁한 것도 금도를 넘은 것이다. 전 의원은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해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헌재 판례에 의하면 명백한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 판결을 했다"고 주장했다. 법관을 불러 놓고 특정 재판 결과를 부정하고 따진 것이다. 법치를 흔드는 위험한 짓이다. 민주당의 대법원장 출석 요구가 결국 '이 대통령 무죄'를 못 박기 위한 사법부 겁박 행위 아니냐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상임위를 합리적으로 이끌 책임이 있는 추 위원장의 자질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의 국감 서면 답변서를 민주당 의원들에게만 돌리고 국민의힘에는 비공개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추 위원장의 독단과 협량함이 문제가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정치의 수준에 다들 우려하고 있지만, 이날 법사위 현장은 해도 너무 했다.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를 배우는 미래세대에 법사위 국감 영상을 보여주기 부끄럽게 됐다. 민주당은 지금 집권당으로서 최소한의 리더십이나 절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