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정부 공식 사과 이번이 처음
이태원 3주기 추모식 참석 요청…朴 세월호 7시간 자료 공개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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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 다음날인 이날 이 대통령은 참사 희생자 유가족 200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위로하고 고충을 들었다.
검은색 양복과 검은색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어려운 자리"라고 운을 뗀 뒤 "다시는 이 나라에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일 때 참석자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일부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 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의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리도 없고 유가족들의 가슴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다신 정부의 부재로 우리국민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2017년 세월호 참사와 2024년 무안 여객기 참사에 대해 각각 사과했지만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에 제1의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나라의 주인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국민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국가가 국민이 위협 받을 때 국민이 보호 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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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이태원 참사현장을 방문한 이후 지시해 마련된 자리로 전해진다.
최은경 오송참사 유가족 협의회 공동대표, 송해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2기 대표,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유가족 200여명이 초청됐다. 유가족들의 고충을 듣고 피해보상이나 정책 등에 반영하기 위해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이형훈 복지부 2차관,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장, 강희업 국토부제2차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 정부 인사도 자리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본격적인 행사 전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묵념했다.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에게 참사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공정 처벌, 유가족 지원 매뉴얼 마련, 희생자 추모공간 조성, 유가족 대상 전문 심리 상담치료 등을 요청했다.
송해진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올해 3주기 추모 행사에 이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고,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참사 당일 7시간 기록물 등 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 자리는 이 대통령의 모두 발언, 각 참사 유가족 대표의 발언 이후 유가족들의 질문, 이 대통령과 각 부처의 답변 등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