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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노리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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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7. 11. 17:43

K-팝과 애니메이션의 결합, 글로벌 팬덤 사로잡다
가상 아이돌서 차트 점령까지…문화 콘텐츠 새 지평
케이팝데몬헌터스
'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을 겨냥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흔들고 있다. OST 수록곡 '골든'이 주제가상 부문에 공식 출품된 데 이어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K-팝 기반 콘텐츠가 오스카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이 작품은 40개국 이상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고 90여 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며 이례적인 글로벌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단기 열풍이 아닌 고정 수요를 확보하며 공개 2주차에도 글로벌 1위를 유지했다.

작품의 흥행을 견인한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음악이다. 극 중 등장하는 가상의 아이돌 그룹 사자보이즈와 헌트릭스가 부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이 스트리밍과 차트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메인곡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스포티파이 미국 '데일리 톱 송' 차트에서 K-팝 아티스트 최초로 1위에 올랐고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31위를 기록했다. 이는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세운 최고 순위 3위 이후 K-팝 사상 최상위권 성적이다.

케이팝데몬헌터스
'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
이 곡을 포함해 '골든'(Golden)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소다 팝'(Soda Pop), '왓 잇 사운즈 라이크'(What It Sounds Like) '프리'(Free) '테이크다운'(Takedown) 등 총 7곡이 동시에 '핫100'에 진입했고 앨범 전체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는 디즈니의 '엔칸토' 이후 애니메이션 OST로는 최고 성적이다.

작곡가 이재는 SM 연습생 출신으로 레드벨벳 '사이코'와 에스파 '아마겟돈' 등을 만든 실력파다. 만약 그가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된다면 2013년 영화 '그녀'(Her) OST의 카렌 이후 12년 만의 한국계 후보로 기록된다.

사운드트랙 제작에는 유키스 출신 케빈·앤드류 최·더블랙레이블의 대니 정·YG 출신 프로듀서 테디 등 K-팝 음악 산업의 핵심 인력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 팝과 K-팝의 감성을 교차 편곡하며 극의 서사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엮이도록 연출했다.

케이팝데몬헌터스
'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
음악 외적인 완성도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출자 메기 강 감독은 제작 전 한국을 직접 여행하며 전통문화를 철저히 조사했고 굿판·단청·민화 등 고유한 소재들이 공연 연출과 배경에 정교하게 반영됐다. 서울의 실제 장소와 식문화·예절·생활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구현돼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상의 아이돌 그룹 '사자보이즈'가 현실에서도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 조합에 기반한 커플명과 커버 영상 등이 SNS상에 자발적으로 생성되고 있으며 몬스타엑스는 사자보이즈를 오마주한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극 중 캐릭터 진우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이 직접 부른 '프리'는 유튜브에서 1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IP 소비를 넘어 팬 참여형 콘텐츠로서의 전환을 보여준다. 제작에 관여한 리퍼블릭 레코드의 짐 로포 회장은 "이 작품은 더 이상 K-팝 현상이 아닌 팝 문화 자체의 새로운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단지 한 편의 애니메이션 흥행을 넘어선다. 음악·서사·캐릭터·시각적 미학·팬덤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콘텐츠는 K-팝이 '소비'의 대상을 넘어 '경험'의 장르로 확장되었음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오스카를 겨냥한 이번 도전은 단지 수상 여부를 떠나 K-팝 기반 창작 콘텐츠가 전 세계 문화 생태계 안에서 어떤 위치에 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제 K-팝이 글로벌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해낸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그 무대는 넷플릭스를 넘어 이제 오스카로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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