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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춘추전국시대 방불 양안 첩보전,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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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03. 14:18

최근 첩보전 눈에 띄게 격화
특히 대만에서 빈번하게 발생
통일 걸림돌인 상호 불신 풍조 만연
간첩
최근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의 지방법원에서 열린 한 간첩 사건의 재판에 출두하는 대만인. 혐의가 확정될 경우 대체로 감형 없는 장기형에 처해진다./신징바오(新京報).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서로 속고 속이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이른바 첩보전이 최근 5000년 중국사에서도 유례없는 첩자들의 전성시대로 불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측이 마치 총성 없는 전쟁에 올인이라도 하려는 듯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진짜 그런지는 올해에만 양안을 발칵 뒤집어놓은 간첩 사건들을 일별하면 잘 알 수 있다. 평소에는 간첩 운운의 각종 보도에도 대체로 무덤덤한 편인 대만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준 대만의 케이스들을 우선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쯔유스바오(自由時報)를 비롯한 대만 유력지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유력 정치인을 비롯해 위관급 장교와 사병, 연예인 가족들이 연루된 케이스들이 속속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만의 군사 정보를 중국에 넘기려 한 혐의로 기소된 모 간첩단이 하나 예외 없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무려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받은 간첩단의 주역인 전직 게임 코치 루지셴(魯記鉉)이 유명 여배우이자 가수 궈슈야오(郭書瑤·34)의 동생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궈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 굳이 더 이상 설명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녀는 동생의 일탈로 인해 거의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퇴하라거나 간첩이 아니라는 양심선언을 하라는 협박에 시달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 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중국에서 대만 간첩으로 적발되는 케이스들 역시 간단치 않다. 지난달 초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공안국 톈허(天河)구 분국이 간첩 혐의로 지명수배한 대만 해커들 20명의 횡액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각각 현상금 1만 위안(약 190만원)이 걸린 간첩으로 찍힌 채 언제 체포될지 모를 운명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현재 중국은 대만과는 달리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체포했거나 수형 생활 중인 대만 간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1000여명이 영어의 몸이 된 채 고생을 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매년 평균 200∼300여명에 이르는 대만인들이 간첩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다고 한다.

대만의 10배 이상에 이른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기야 최근 양안 모두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대만 출신의 전설적인 디바 덩뤼쥔(鄧麗君)을 사후(死後)이기는 하나 간첩으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정보기관에서 나오고 있다면 이 정도는 많다고 하기 어려울 듯하다.

양안이 최근 들어 치열한 첩보전을 전개하는 것은 피치 못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첩보전의 장기화가 서로에 대한 불신을 한껏 고조시킬 수밖에 없는 만큼 양안의 통일에는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통일이 됐을 때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동서독이 통일된 이후에도 무려 50여 년 가깝게 전개해 온 첩보전의 영향으로 독일인들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상호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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