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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테이블코인은 왜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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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01. 16:56

고경민 굿블록 대표이사
고경민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굿블록 대표이사)
최근 정부 및 금융권 일각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중심으로 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공공성과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증된 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은행은 오랜 기간 신뢰 기반의 자금 관리와 리스크 통제를 수행해 온 주체이므로 일정 부분 타당성이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가치의 저장' 기능이다. 이는 사용자가 코인을 반환할 때 그 가치를 보장해 주고, 실제로 이를 현금 등 실물 자산으로 환매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기능은 신뢰 가능한 자산 보유와 환매 능력이 핵심이며, 이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거래의 신뢰성과 편의성'이다. 이는 블록체인 상의 거래가 실제 존재하는지, 그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증명하고, 사용자들이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역량을 의미한다. 이 기능은 블록체인의 진정한 혁신이 필요한 영역이며, 기술 개발력과 사용자 경험 중심의 민간 핀테크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발전시켜야 하는 분야이다. 은행 중심 구조에서는 이러한 속도감 있는 기술 혁신이 기대되기 어렵다.

오늘날의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결제를 넘어 Web3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은행 중심 접근만으로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부합하기 어려우며, 균형 잡힌 규제와 민간의 자율적 참여가 병행되지 않으면 한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경쟁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USDC는 핀테크 기업 Circle이, PYUSD는 페이팔이 발행하며, 홍콩의 FDUSD도 민간 기업 First Digital이 발행해 제도권 승인을 받았다. 싱가포르와 일본도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실험을 허용하며 산업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민간 발행 모델은 빠른 기술 개발, 뛰어난 사용자 경험, 글로벌 서비스 연동에 강점을 보이며 실제 채택률도 높다.

반면 은행은 규제 중심의 조직 구조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다양성과 기술적 유연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Web3 생태계는 빠른 실험과 의사결정,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 스마트 계약 자동화 등을 전제로 하며, 이는 탈중앙성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은행 중심 모델은 결국 중앙집중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블록체인 구조와 충돌할 수 있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은 결제뿐만 아니라 디파이(DeFi)에서의 담보, NFT 거래의 기준 통화, 실물자산(RWA) 거래의 결제 매개체 등 디지털 자산 경제 전반의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를 단순 결제 수단으로 제한하거나 은행만이 발행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고정하는 것은 혁신과 시장 확장을 가로막는 제약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민간의 역량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카카오는 '클레이튼', 네이버는 '라인 블록체인', SK는 DID 신원 서비스 '이니셜', LG CNS는 공공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을 운영 중이다. 주요 거래소와 Web3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사용자 커뮤니티를 갖추고 있다. 특히 K-콘텐츠, 게임, 뷰티, 푸드 등은 전 세계적으로 팬덤이 있는 산업이며, 이들과 연계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K-디지털화폐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단지 국내 거래에 그쳐선 안 되며, 글로벌 유통을 목표로 해야 한다. 민간은 해외 Web3 프로젝트, 글로벌 서비스(OpenSea, Aave, Axie Infinity 등)와의 연동에 있어 은행보다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USDC가 Visa, Solana, Base 등과 통합해 국제 결제 및 상호운용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그 사례다. 이런 구조는 중앙은행이나 규제기관 주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민첩성과 확장성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의 공공성과 신뢰는 중요하다. 정부는 회계 및 감사 기준, 준비금 관리, 환매 시스템 보장, 스마트 계약 보안 요건 등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감독 기관의 임무이지, 직접 발행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는 규칙을 만들되, 경기장은 민간에게 열어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보장'은 금융기관이, '기술 기반의 거래 신뢰성과 편의성'은 민간이 담당해야 한다. 한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는 별도로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실험을 장려해야 하며, 은행은 공공 인프라의 백업 수단으로, 민간은 기술과 확장의 주체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Web3 생태계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K-디지털자산이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닌 '유연한 신뢰 설계',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균형 잡힌 파트너십이다.

고경민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굿블록 대표이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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