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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통의 ‘호우 긴급재난문자’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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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23. 06:00

기고문_장동언 기상청장사진
장동언 기상청장
우리는 하루에도 각종 매체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를 접한다. 정보의 시장 속에 있는 셈이다. 수많은 정보 중 어떤 정보들은 스쳐 지나가고, 어떤 정보는 강한 인상으로 뇌리에 깊이 박힌다. 국가 건강검진 안내문과 같이 간결하지만 시기적절하게 제공되는 정보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을 잊지 않게 하며 행동을 이끈다.

정보의 시장 속에는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빠른 판단과 행동을 하게끔 돕는 정보도 있다. 바로 재난문자로 발송되는 긴급 정보들이 그러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기상청의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호우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평택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새벽에 울린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평택시 ○○읍 인근 50mm/h 이상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 기상청의 호우 긴급재난문자였다. 일반 정보라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알람 소리에 놀라 밖을 보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기에 즉시 학교 운영진과 논의해 등교 시간을 늦췄고, 덕분에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집중호우 속에서 위험하게 등굣길에 나서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어느 기업의 안전관리자는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과거 침수 피해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에 수중펌프를 설치하고, 저지대에 위치한 건물의 입구에는 침수 방지를 위한 모래주머니를 준비했다. 또 전기 부서에 연락해 현장 안전을 점검하고, 사내 비상 연락망을 통해 직원들이 침수, 감전 등 위험 상황에 대비하도록 주의 안내문을 보냈다.

비가 짧은 시간 강하게 쏟아져, 즉각 대비하지 않았다면 막대한 피해를 겪었을 상황이었다. 시민들도 호우 긴급재난문자의 큰 알람 소리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상습 침수 구역이나 지하차도를 우회하는 경로로 출근해 도로가 침수되거나 차량이 고립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이렇게 2024년 여름, 호우 긴급재난문자 한 통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제 시민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피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 여름철 집중호우, 폭염 등 기상현상의 극값 경신이 잦아지고 있으며, 한두 시간 만에 도심을 침수시킬 만큼 강한 비가 쏟아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잦은 집중호우로부터 국민이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현재 많은 강수가 내리고 있어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알려주는 알림인 동시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도착하는 시간은 우리가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이다.

지난여름,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안전관리자가 회사와 직원을 챙겼듯이, 서로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문자를 받고 누군가는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걸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나와 이웃들의 차량을 함께 걱정한다. 이렇게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챙기기 위한 움직임의 시작점이 된다.

재난을 막는 것은 대단한 장비나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다. 위험을 알리는 재난문자 한 통과 그 문자를 보고 가족과 이웃, 공동체를 챙기는 작은 움직임이 모인다면, 우리는 또 한 번의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 호우 긴급재난문자와 그에 따른 즉각적인 행동으로 안전을 위한 '골든 타임'을 함께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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