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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노사갈등 격화 분위기에 모범 보인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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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2. 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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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반영 임금제도로 선진 노사문화 주도
양측간 신뢰 두터워…실적 관계없이 원칙 고수
SK이노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오른쪽)과 박율희 노동조합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사 합의서에 사인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노사관계를 흔히들 부부관계에 비유합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러면서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기 때문인데요. 안타깝게도 국제 통상 환경이 위기 그 자체로 치닫고 있는 현 산업계에선 노사가 힘을 모으긴커녕 밥그릇 싸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와중에 9년째 노사간 합의 원칙을 바탕으로 협력의 대표 사례를 보인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SK이노베이션입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전날 '2025년 임금교섭 조인식'을 진행했습니다. 양측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인 2.3%를 올해 임금 인상률에 반영하며 교섭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찬성률이 예년만큼 높게 나오진 않았지만, 누구 하나 큰 반발 없이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화합의 근원은 임금 인상 제도에서 옵니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대기업 최초로 도입한 '물가지수 연동 임금 인상률 결정 모델'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이례적인 제도로 불립니다.

회사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원칙을 고수해 신뢰를 보낸 결과, 노조 역시 과한 욕심을 내지 않는 모습입니다. 특히 2022년에는 4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노사가 기존 원칙을 고수해 임금교섭을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정유업계에서 유일한 데다, 산업계 전반에서도 흔치 않죠.

특히 화합의 모습는 현재 시점에서 의미를 더합니다. 곳곳에서 노사 갈등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철강업계에서 현대제철은 노사간 임금 문제에 의견을 달리하며 각각 파업과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5개월 가까이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향후 교섭 시점은 아직 정하지도 못한 상황이라 합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SK이노베이션과 동종업계인 정유사들도 상황이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일부 정유사 노조는 성과급이 부족하다며 본사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매년 장기간 진통 끝에 합의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들의 현 공통점이라면 업황이 모두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외부 위기에 맞서 내부 협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그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요.

SK이노베이션은 얼마 전 SK E&S와 합병하며 거대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자회사인 SK온에도 트레이딩 사업을 붙이는 등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선두에 있습니다. 어쩌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회사가 하루 빨리 안정화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마음이 임금 교섭 과정에도 반영됐을지 모릅니다. 회사가 보여준 선진 노사문화가 좀 더 많은 기업들에 정착되길 기대해 봅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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