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량, 尹 방어권 보장 불리하게 작용"
이례적 신문절차…공정성 논란 가중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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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가 국회 소추인단과 윤 대통령 변호인단 양측에 상대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 사항을 변론 하루 전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헌재는 실무자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질문지가 미리 공개되면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헌재가 반대신문 질문지를 미리 내도록 요구한 것 자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수 법조인들은 "처음 들어본 얘기"라며 "형사재판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대신문 사항과 관련한 법 규정은 헌법재판소법, 형사·민사소송법 그 어디에도 없다. 질문지를 법원에 미리 제출토록 한 법 규정도 민사소송에만 해당한다. 민사소송규칙 제80조 1항은 증인신문을 신청한 당사자가 법원이 정한 기한까지 질문지를 미리 법원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같이 반대신문이 아닌 '주신문'에만 해당한다.
때문에 변호인이 증인신문 당일 반대신문 직전 질문지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이 관례다. 질문지를 신문 전에 공개하지 않고 당일 직전에 제출하는 것은 진술 진위를 엄격하게 가리기 위한 취지다. 반대신문은 상대 증인의 진술 신빙성을 따져물어 주장을 깨뜨리기 위한 것인데 질문지가 공유되면 증인이 질문에 대비할 수 있어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재가 질문지를 미리 공개하게 해 반대신문을 통해 증인이 거짓진술을 하는지를 밝힐 기회를 차단시켰다"고 강하게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지나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소송지휘권은 원만한 심리 진행을 위해 재판장에게 변론기일 변경이나 증거조사 등의 주요 사항을 재량으로 판단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헌재가 질문지를 미리 요구한 것도 소송지휘권 영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재량권 행사가 윤 대통령 측 방어권 보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헌재가 앞장서서 사법부의 공정성 논란에 불을 더 지피는 꼴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반대신문 절차 전에 질문지를 내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이후 진행될 형사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어 헌재가 무책임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으면 헌재 탄핵심판 결정에 누가 승복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반대신문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하는데, 재판부 요구는 윤 대통령이 창과 방패를 버리고 무장해제 상태에서 싸우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윤 대통령에게 너무 불리하고 불공정한 싸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