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싸면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산 멸균우유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배송받은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1~3개월 남은 상태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수입산 멸균우유 구매 후기를 살펴보면 "수입 멸균우유 온라인에서 주문했는데 유통기한이 고작 1개월 남은 게 왔다"는 내용의 후기를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입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최대 12개월에 달해 긴 편이지만, 유통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된 수입산 멸균우유의 원산지는 ▲폴란드(88.8%) ▲호주(4.1%) ▲독일(3.9%) ▲프랑스(2.2%) 순이다. 이들 국가에서 출발한 멸균우유가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최소 1개월, 길어도 3개월이 소요된다. 소비자에게 배송된 유통기한이 1~3개월 남았다는 것은 멸균우유가 생산된 후 5~11개월 동안 유통 단계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이 임박하더라도 그 기간 내에 먹는 것 자체가 건강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우유 속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생기는 '크림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멸균우유는 약 12주(3개월)가 지나면 유지방이 분산되면서 덩어리지는 크림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크림화 현상은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상한 것'처럼 보이는 등 관능적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수입산 멸균우유가 배를 타고 한 달 이상 이동하면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러 멸균우유에는 유익균이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흔히 냉장 보관되는 우유는 멸균우유가 아닌 '살균우유'다. 멸균우유와 살균우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익균의 존재이다. 살균우유는 유해균을 제거한 우유로, 살균 및 균질화 처리만 거친 반면 멸균우유는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균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유익균도 함께 사라진다.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유는 신선식품이라는 말 그대로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는 식품’을 의미하며, 국산 우유는 착유 후 적정 온도로 곧바로 냉각되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2~3일 내에 유통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낙농가가 생산하는 원유는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뛰어난 품질을 자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