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객원논설위원
◇ 래커 시위
최근 서울의 여자 대학에서 남녀공학 전환과 성추행 교수 문제 등으로 학생들이 '래커 시위'(Lacquer Protest)를 벌였는데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래커 시위는 '도료'나 '페인트'를 의미하는 Lacquer와 '항의'의 Protest를 합성한 단어인데 말 그대로 래커를 나무나 금속, 시멘트, 석재 등에 뿌리는 시위를 말합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에 반발, 건물 벽과 유리, 땅바닥에 흉측할 정도로 래커를 뿌렸는데 원상복구에만 50억원이나 든다고 합니다. 서울여대는 성추행 교수에 대한 항의로 학생들이 교정을 온통 페인트로 발랐습니다.
의견이 다르면 대화를 하거나 품위 있는 시위를 하면 보기도 좋고, 나중에 사태가 마무리됐을 때 서로 얼굴 보기도 좋겠지만 페인트로 교정을 흉하게 만드는 것은 지성인답지 못한 의견 표출입니다.
저출생 여파로 중고등학교도 남녀공학으로 통합하는 추세에 있고, 여대를 나왔다고 취업이나 결혼, 사회생활에 특별히 유리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도를 넘는 래커 시위는 학교와 학생들의 이미지만 나쁘게 할 뿐입니다.
◇ 언보싱
'언보싱'(Unbossing)은 직장인들이 부장 등 중간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인데 '부정이나 반대'의 의미인 Un과 '두목 노릇'을 뜻하는 Bossing이 합성된 신조어입니다. 중간 보스가 되는 게 싫다는 말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능력과 실적을 인정받고 먼저 승진하고 싶은 게 일반적인데 최근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승진이나 성과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지요.
중간 관리자가 되면 아래와 위로 치이면서 받는 업무 스트레스가 큰 것도 언보싱의 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언보싱은 '의도적인 승진 기피'인데 영어로는 'Conscious(의도적) Unbossing'으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