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환율·물가·유가 ‘쓰리高’에… 수출기업 ‘독박’ 신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5010007608

글자크기

닫기

박진숙 기자

승인 : 2024. 11. 14. 17:51

최근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지속
휘발윳값도ℓ당 1630원 '상승세'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
트럼프發 관세폭탄 예고도 한몫

# 경기도 인천에서 영상장비를 만드는 A사의 박진명 대표(51·가명)는 최근 근심이 늘어났다. 영상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미국 업체로부터 구입하고, 부품도 중국 등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다 보니 구매비용도 올라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현재 환율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 감소는 피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수출기업들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장기적으로는 수입업체뿐만 아니라 수출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5원 내린 1405.1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11일과 12일은 각각 1401.30원, 1408.50원으로 거래를 마치는 등 2022년 11월 7일 이후 2년 만에 종가 기준 1400원을 돌파했다.

달러화가 1400원대로 진입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트럼프 시대의 시작을 알리면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370~8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에는 20원 넘게 급등하며 1400원대를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광산품과 석탄·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입물가도 함께 급등했다. 국내 철강 가격은 지난주 기준 열연 유통가가 80만원으로 전주 대비 1.3% 올랐다. 원재료 가격도 상승했는데, 지난주 중국 철광석 수입가는 101.5달러로 전주 대비 0.5% 올랐으며, 호주 원료탄(FOB)도 전주 대비 0.5% 오른 20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에 더해 유가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30.95원으로 7일 전보다 15원 올랐다. 자동차용 경유도 17원 상승한 1461.83원으로 5주째 동반 상승세다.

수입물가지수도 뚜렷하게 올랐는데, 13일 기준 1개월 만에 광산품(4.4%), 석탄·석유제품(4.1%), 1차 금속제품(2.9%), 전기장비(2.0%) 등이 상승했으며, 세부 품목별로 보면 원유(3.9%), 유연탄(6.4%), 알루미늄정련품(5.7%), 나프타(3.4%), 쇠고기(2.3%) 등이 크게 올랐다.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모두 오르면서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도 2% 이상 높아졌다. 장비 제조 업체와 가구업체, 제지업체 등 원부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됐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인 S 기업은 최근 삼성전자 김치냉장고에 들어가는 일부 부품의 생산라인을 잠정 중단했다. 부피가 큰 가전과 TV는 주로 해상 운송을 하는데 최근 다시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데다,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해상 운임이 오르면서 물류비 또한 올랐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수출 업체들이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제품의 판매단가 오르면서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은 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트럼프의 10~20% 보편적 관세 인상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주로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 2 차전지, 철강 등은 고환율 리스크가 크다"며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중소기업이 외환 리스크 관리 여력이 부족한 것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면 정부가 환율시장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수출업체의 경우 유독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돼 부담이 커졌는데 당분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원가회수율이 낮은 주택용 일반용 농사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며 "수입업체들을 위해서는 국제 유가가 안정화될 때까지 에너지 수입과 관련된 관세 및 수입 부과금 인하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숙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