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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민군을 팔아먹은 주체의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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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21. 18:00

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정훈 TV 대표
이정훈 선배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다고 하니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을 비난하던 의견이 쑥 들어갔다. 상호 방위를 약속했으니 한반도 유사시엔 러시아가 북한에 파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두려움이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저해한다.

귀순한 인민군 병사들은 하나 같이 왜소하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 금강산 관광을 한 이들은 "인민군이 큰지 그가 메고 있는 장총이 긴지 알 수가 없었다"고 기염을 토한다. 그런데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하면 입을 닫는다. 작고 만만한 인민군과 핵 무장한 북한 가운데 무엇이 북한의 실체인지 몰라 헤매는 것이 우리다.

북한이 파병한 폭풍군단(과거 11군단)은 용맹하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11군단은 '특수작전군'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11군단은 무엇이고 특수작전군은 무엇인가. 우리는 육·해·공군의 3개 군종(軍種)만 갖고 있지만, 미국은 해병대·해안경비대·우주군을 더해 6개 군종이다. 북한은 전략군·특수작전군을 더해 5개 군종 체제다.

인민군은 육군 산하 '미싸일지도국' 부대를 2014년 전략군으로 독립시켰다. 이 전략군이 우리가 '방사포'로 불러주는 것을 제외한 '화성' 지대지 미사일과 북한이 '북극성'으로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한다. 단거리 미사일인 방사포는 육군 군단에서 운용한다.
우리 육군은 사단엔 수색대대, 군단엔 특공연대, 지상작전사령부에는 신속대응사단, 육군엔 특수전사령부를 두고 있다. 여기에 UDT로 불리는 해군의 특수전전단, CCT로 알려진 공군의 특수임무대대를 합친 것이 북한의 특수작전군이다. 국군은 각급 부대를 위해 특수전 부대를 흩어놓았으나 인민군은 모아 놓았기에, 인민군 특작부대는 20만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것이다.

특수작전군의 주력인 폭풍군단은 수색·정찰을 하는 저격여단과 침투 전문의 경보병여단으로 구성돼 있다. 파병 예정지인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백병전 등 일반 전투가 많아 북한은 4개 경보병여단 출병을 결정했다.

타국을 위한 출병에는 그 나라에 병합된 후 하는 것과 동맹 출병이 있다. 1938년 오스트리아는 99.08% 지지가 나온 국민투표를 근거로 독일에 병합된 후 1939년 독일이 일으킨 2차대전에 독일군으로 출병했다. 동맹 출병은 독자성을 유지하고 하는 것이다. 2차 대전 때의 연합군과 베트남전 때 한미 등이 만든 연합군, 걸프전과 이라크전 때의 다국적군이 그러했다.

우리는 미국을 위해 베트남전과 걸프전, 이라크전에 출전했지만 태극기를 들고 우리 군복을 입고 갔다. 상위 작전은 미군이나 다국적군 사령부의 지침을 받아도 우리 작전지역에서는 독자적으로 작전했다.

러시아의 젊은 남성은 1년간 의무복무를 하는데, 이들로 구성된 부대는 전투력이 약하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선에는 자원자로 구성된 부대나 PMC라는 군사기업을 투입했다. 지난해 '바그너'란 PMC가 보급 부족을 이유로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진격하고 그후 바그너의 리더인 프리고진이 의문사를 당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러시아는 48개 주와 24개 공화국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의 연방국가다. 24개 공화국은 소수민족이 다수인데, 그 대표가 무슬림이 많은 체첸공화국이다. 체첸공화국의 독재자인 카드로프는 푸틴의 환심을 사려고 이 공화국의 무장경찰인 '아흐마트'를 자원 형식으로 출병시켰다.

부랴트와 사하공화국은 우리와 외모가 비슷한 몽골계와 돌궐계가 많은 곳이다. 김정은은 경보병여단원을 이 공화국 사람들로 위장해 출병하기로 했다. 이 공화국의 신분증을 갖고 러시아 군복을 입고 러시아 장비를 들고 쿠르스크 전선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동반자 조약을 맺기 전까지 러시아가 확보한 유일한 동맹국은 벨라루스였다. 2022년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이 자국을 통과해 키이우를 침략하게 해줬으나 이후론 출병은 물론이고 벨라루스 땅에서 미사일을 쏘게 해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서방국가의 보복을 염려한 것이다.

김정은은 침략을 한 러시아를 위해 동맹파병을 하면 한·미가 군사개입을 할 수 있고, 북한은 러시아도 동의한 유엔제제를 받고 있으니 러시아로 외화벌이 인력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연방을 이룬 공화국 군대로 위장한 출병을 결정한 것 같은데 이는 할아버지 때부터의 자랑인 '주체(主體)'를 버린 것이 된다.

이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국정원은 쿠르스크, 합참의 심리전부대는 북한 전역을 무대로 '주체의 수령'이 인민군을 팔아먹었다는 전단을 뿌리는 것이다. 인민군은 한 해 평균 여섯 발 정도만 사격하는 오합지졸이라는 것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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