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한국의 대응 방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30010018466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7. 30. 18:00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노인규 선임연구원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글로벌 사우스의 역습이다. 지난해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상당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한국 부산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밀었다. 최근 알제리 등 권위주의 진영의 일부 국가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문제를 제기하며 유엔 안보리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처럼 글로벌 사우스는 국제정치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글로벌 사우스를 활용해 국제질서 다극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 저위도나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들을 의미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135개국, 60억 인구를 대표하지만, 그간 국제무대에서 소외되었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과 '두 개의 전쟁' 등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몸값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경제 펀더멘탈을 키워온 데 있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GDP 비중은 전 세계의 40%에 이른다. 여기에 인구구조의 역동성, 풍부한 광물자원, 그리고 공급망으로서의 가치 등을 무기로 주요 7개국(G7)에 대항해 새로운 경제 지형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내부적으로 갈등과 균열이 심화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이른바 수정주의 세력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균형자'로서 글로벌 사우스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세력권 분리 현상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급변하는 국제 안보 구조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스윙 국가'이자 '펜스 시터(fence-sitter)'로서 입지를 다지고 행동반경을 확대하는 호기를 맞고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권위가 흔들리고 글로벌 복합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사우스는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다수의 국가들은 그간 기후변화 등 주요 국제 현안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변부'로서의 피해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패권 약화와 강대국 간 갈등 심화로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 역량이 크게 약화한 점도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을 촉진한다. 글로벌 사우스가 국제무대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국제정치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기후변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국제 현안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이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2023년 인도, 2024년 브라질, 2025년 남아공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 국가들이 G20 의장국을 맡게 된 점도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세계 주요국의 러브콜도 쏟아질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투톱'은 브릭스-플러스의 지정학적 잠재력을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를 적극 규합하고 있다. 14억 인구 대국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행위자임을 자처한다. 미국을 비롯한 G7 등 서방도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사우스와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민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서방의 태도가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웨스트', 그리고 중국?러시아 중심의 '글로벌 이스트'가 글로벌 현안의 의사결정을 독점했다면 이제 '글로벌 사우스'가 부상하면서 국제체제의 분화 및 다극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우스의 역습은 한국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작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국내적으로도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담론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사우스는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 확대 등은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우리 정부가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교훈 삼아 내년도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등을 내실 있게 준비해 우리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대북 억제력 확립은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 등 우리의 국익 극대화를 위한 글로벌 사우스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