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호황 웨딩홀 대표의 탈세 유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2401001323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6. 24. 18:03

이경욱 대기자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지방 대도시에서 대규모 웨딩홀을 운영하는 한 법인 대표의 탈세 행위를 자세히 소개한다. 코로나19 기간 예식 수요 급감으로 폐업한 예식장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소멸 후 예비부부의 결혼식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 이 법인의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예비부부들이 밀려들자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예식비용을 급격히 올렸다. 결혼식장을 찾아 분주히 오가던 예비부부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경쟁업체들은 폐업해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다. 웨딩홀은 대관료, 식대 등 예식 관련 비용을 마구잡이로 올렸다.

할인을 미끼로 결혼식 당일 지불하는 예식비용을 현금 결제하도록 했다. 단 한 푼이 아쉬운 예비부부들은 '노 초이스(No Choice)'였다. 예식비용 잔금은 통상 90% 정도라고 한다. 예식비가 2000만원이라고 한다면 잔금은 1800만원인 셈이다. 경건하고 성스러운 예식이 마무리되고 하객들이 빠져나간 뒤 예비부부는 예식장 한쪽 구석에서 축의금을 계수기에 털어놓고 잔금을 정산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풍경이 됐다. 예비부부는 단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신용카드 결제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웨딩홀 대표는 그렇게 해서 엄청난 현금을 챙겼다. 현금은 곧바로 법인 수입 누락으로 이어졌다.

그의 탈세 행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예식 수요 급증으로 안내원 등 일용근로자들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용인건비 가운데 일부를 가짜로 계상(計上)했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인건비는 당연히 대표의 몫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녀 소유 특수관계법인에 웨딩앨범 제작 등 일감을 몰아줬다. 용역비를 다른 업체보다 더 높여 지급했고 자녀 소유 법인의 인건비를 일부 부담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예비부부들은 예식장이 지정해 준 곳에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약을 해야만 했다.

대표의 탈세는 장부상 직원인 배우자 등 일가에 인건비를 지급하는 수법까지 치달았다. 배우자 등은 평일 근무시간에 백화점에서 명품을 쇼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업무용으로 고급 외제차 여러 대를 구입했고 대표 일가는 이를 사적으로 마구 이용했다.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안간힘을 다했다.
이 법인과 대표는 예식 수요를 틈타 막대한 수입을 올리게 되자, 갖은 편법을 동원해 탈세를 일삼다 걸려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예식 수요가 줄었다가 코로나19가 물러가자 대기 예식 수요가 급증했고 이 웨딩업체는 수입이 급속도로 늘자 조금이라도 더 갖겠다며 탈세를 일삼았다"고 말했다.

웨딩업체 등 호황업종 사업자들은 수입이 늘면 그에 맞게 세법이 정한 세금을 신고·납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내고 더 많이 챙길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게 된다는 게 세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국세청은 호황업종을 특별 관리해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해 두고 있기는 하다.

위에 소개한 웨딩홀 대표 탈세 사례는 당연히 빙산의 일각이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호황업종 사업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세무사의 조력이 절대적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미덕(美德)에 속한다. 하지만 그것은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는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할 때로 국한된다. 납세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럴 때 미덕은 악덕이 된다. 사업자가 내는 세금은 빼앗기는 게 아니다. 세금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된다. 성실한 세금 신고· 납부는 가진 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이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다. 사회 고위층에는 고관대작이나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인도 당연히 속한다. 규모가 크든 작든 사업자는 이 가치를 늘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한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