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고성국 칼럼] 정도언론은 국민의 자존심이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2301001246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6. 23. 18:10

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언론에는 입법, 행정, 사법부에 이은 '제4부'라는 명예로운 호칭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묵직한 별칭이 있다. 그런가 하면 'ㅇㅇ장학생' 같은 수치스러운 용어도 있고 '애완견,' '기레기' 같은 경멸적인 단어도 있다. 언론을 뭐라 부르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디어시대'인 지금은 언론 없이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 없이 정치가 가능하겠으며 언론 없이 경제가 가능하고 언론 없이 공동체의 유지가 가능하겠는가.

최근 정치적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언론 애완견', '기레기' 논란을 보면서 언론이 이런 천박한 논란의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여러분도 다 아시는 대로 언론은 때론 약하기도 했고 비겁하기도 했다. 권력과 돈에 머리를 조아리는 부끄러운 언론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권력과 금력 앞에서도 위축되거나 기죽지 않고 '쫄지 않는' 언론이 더 많았다. 그런 당당한 정론직필의 언론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근대화·민주화되고 선진화되었다고 믿는다.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시시비비를 가려가는 정도언론이 있는 나라는 건강하다. 권력과 언론 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권력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언론이 타성에 빠지지 않게 한다. 반면 권력의 애완견이 되어 권력자 앞에서 꼬리나 흔드는 언론이 행세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권력이 길을 잘못 들어도 경고음을 내고 바로잡아 주는 언론이 없다면, 그 사회는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100여 년의 근현대사 속에서 부침을 거듭했지만, 적어도 정론직필의 방향성만큼은 잃지 않고 견지해 왔다. 수많은 언론인들의 각고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언론의 첫발은 1883년 한성순보에서 시작되었다. 한성순보는 창간사에서 "견문을 넓히고, 여러 가지 의문점을 풀어주고 사실대로 정확히 밝혀 알 수 있게 하며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는 창간사에서 "2000만 민중 전체의 기관으로 민중의 의사와 이상과 목표와 희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보도할 것'"을 선언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되,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 비평하겠다는 것이 우리 언론들의 일관된 자세였던 것이다.

KBS도 방송 강령 전문에서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공영방송의 기능을 다해 국가발전과 국민생활 향상에 이바지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추구한다. 우리는 자유언론의 실천자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과 정직 그리고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정방송을 성실히 수행한다."

언론이 정치꾼들로부터 '검찰의 애완견' 소리를 듣게 된 세태가 한탄스럽기는 하나 이 또한 국가와 국민과 공익보다는 자신의 사익을 앞세우는 정치꾼들이 구사하는 프레임이라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 다만 이 시점에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이 정치꾼들로부터 이렇게 매도되고 조롱받게 되기까지 우리 언론에게는 문제가 없었던 것인지 스스로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를 느낀다.

자존감과 자긍심은 누가 대신 지켜주고 세워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세우고 스스로 지켜가는 것이다. 언론의 자긍심을 지켜가는 일, 언론의 무거운 책무를 감당하는 일은 그 누구에게 의탁할 수도 편승할 수도 없다. 오롯이 언론인 스스로 짊어져야 할 짐이다.

언론이 무너지면 정치가 무너지고 언론이 무너지면 건강한 권위가 무너지며 언론이 무너지면 마침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으로 언론인 스스로 재무장해야 한다. 언론부터 '제4부'로서의 위상과 권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정도언론, 인간존중, 인류평화'는 우리 아시아투데이의 사시(社是)다. 아시아투데이부터 정론직필, 정도언론의 길을 의연하고 담대하게 걸어갈 것을 독자들께 다시 한번 다짐하는 바이다.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