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러시아 총알받이 된 北 인권... 강 건너 불인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3010006606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1. 13. 17:46

2024091201001392400083961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우려했던 일이 마침내 비극적 현실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뛰어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북한 연합군과 우크라이나 군이 교전 중이며, 앞서 북한군에서 이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이날 해외언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이 일부 장악하고 있는 본토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1만1000명)을 포함한 약 5만명의 병력을 소집, 우크라이나 군과 교전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에서 몰아내기 위한 러시아군의 대공세가 막을 올리면서 북한 병사들의 대규모 희생이 예상된다. 러시아군이 (총알받이인) '일회성 보병'을 먼저 보내 상대의 전술과 취약점을 파악한 뒤 러시아 정예군을 투입하는 '보병 중심 강습 대대 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라는 군사정보 분석가의 진단이다. 미 국방부는 앞으로 최대 8만8000명의 북한군 병력이 파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산악전 위주의 경보병들이어서 큰 화력이 난무하는 평야 전투에서 전투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병사들이 머나면 이역(異域)의 전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허망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상상하노라니 같은 민족으로서 안쓰럽기 짝이 없다. 북한 병사들의 이런 참상이야말로 '북한 인권'의 민낯을 세계에 드러낸 상징적 사례가 아니겠는가.

실제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인류 역사상 가장 극악한 반인권 국가임은 천하 공지의 사실이 아니던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국가인 북한은 공포정치를 통한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는 실종되고, 공개처형, 고문, 가족연좌제, 강제노동 등의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에 최소 12만명의 주민들이 극도로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고문, 강제노동, 처형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무보수 강제노동에, 충분한 음식과 기본적인 의료지원은 언감생심인 생지옥이나 다를 바 없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29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북한인권 상호 대화'에서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 당시 시행한 국경 봉쇄 조치를 풀지 않고 이동의 자유, 일할 권리, 식량에 대한 권리, 정보 접근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등 통제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이른바 'K-컬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북한은 이런 한류(韓流)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탄압하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이사장 신영호-센터장 송한나)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통신 및 정보 이용의 제한과 침해 사건'으로 분류된 사건은 총 258건이다. 그러나 정보 검열 등으로 인해 파생된 생명권,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의 침해 사건까지 포함하면 총 1948건으로 늘어난다.

특히 외부 정보 이용 적발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권이 침해당한 사건 중 76.2%가 북한 당국에 의해 불법 구금을 당했다. 외부 정보 이용으로 인한 공개 처형 비율은 2000년대까지 70% 이하 수준이었으나, 2010년대 85.5%, 2020년대 90.9%로 급증했다. 지난 1월 평양 소재 중학생 2명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퍼뜨린 죄'로 12년 노동교화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한 실태조사와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하는 조직인 북한인권재단의 경우, 2016년 북한인권법 통과로 설치 근거가 마련됐으나,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하면서 8년째 공식 출범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아직까지 여야 간 입장 차이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공동 결의안 채택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인 북녘땅에서 우리 동포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정치권이 외면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같은 동포이자 세계시민의 일원으로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침묵은 또 다른 형태의 인권침해이며, 지성과 양심의 포기다. 특히 최근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북한의 악법 제정을 통한 인권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 공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뭣보다 유엔과 각국 정부 등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압박과 제재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유입시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을 높여야 하며, 주민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류석호 (칼럼니스트, 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