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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의 연금개혁 이야기] ‘연금’으로 포장된 ‘법적 약탈(Legal plunder)’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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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1. 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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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최근 '연금개혁청년행동'의 국민연금 여론조사가 충격적이다.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1.3%, MZ세대 47%가 국민연금 폐지를 선호해서다. '연금 비판에 대한 동의 여부'라는 문항 응답에 그 해답이 있다.

"귀하는 현재의 국민연금 구조가 자녀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우는 다단계 사기 혹은 폰지사기 같다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의 답변 내용이다. '동의하는 편'이 45.2%, '동의하지 않는 편'은 36.5%다. 연령대로는 '만 18세∼만 20대'가 '동의하는 편'이 63.2%, '만 30대'는 59.2%, '만 40대'도 48.6%에 달한다. 그런데 50대 이상부터는 딴판이다. '만 60'대는 '동의하지 않는 편', 즉 국민연금이 폰지사기가 아니라는 응답이 46.8%로, 폰지사기라는 응답 33.5%보다 훨씬 높다. 연금을 받고 있거나 조만간 연금 받을 세대를 제외한 대다수가 국민연금을 폰지사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인식이 이러함에도, 정부 연금개혁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를 '깡통연금'이라고 비판만 한다. 진짜 '깡통연금'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당장 내년부터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만 하는데도 말이다. 더욱 한심한 건 국회의원들이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강선우 의원, 민주당 남인순 의원, 김남희 의원과 전진숙 의원,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특히 그러하다.

반면에 개혁신당 입장은 다른 것 같다. 지난달 18일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이사장은 "국민연금 개혁안은 미래세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앞으로 보험료를 내야 할 미래세대가 흔쾌히 자기의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그러한 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태어날 아이들부터는 연금을 줄 돈이 없다. 기금 고갈 후에 미래세대 정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투입해야 하는 추가 재정이 총 GDP의 9% 정도"라며 우려를 표했다(출처: 아시아투데이, [2024 국감] '연금개혁, 이제는 국회의 시간… 여야 심도 있는 논의 필요'). 덧붙여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지라도 2088년에 기금이 소진되기 때문에 수급을 유지하려면 국고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마저도 정부안 중 가장 빠른 2036년부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안 중 제일 늦은 2054년에 도입한다면 2077년에 소진되어서다.

개혁신당 입장에 문제도 있다. 이주영 의원이 언급한 국고 투입은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방식인 것으로 보여서다. 보험료는 적정수준보다 덜 올리되 국고를 투입해, 더 많아질 기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재정안정 달성이 가능하다는 그 주장 말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 필자는 김우창 교수와 다른 입장이었다. 몇 달 전 KBS 1라디오 '열린토론'에서도 김 교수 주장을 반박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김우창 교수 주장은 국민연금을 거의 헤지펀드 수준의 위험에 노출하자는 거다. 이미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상당한 수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3년에 한 번씩 손실이 날 확률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2022년 한 해 손실액이 79조원(-8.22% 수익률)인 배경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작년 9월 1일의 5차 국민연금재정계산 공청회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재정안정방안을 제시했다. 18개도 넘는 재정안정 방안들을 제시하며, 향후 70년 동안 그것도 매년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가정보다도 기금 투자 수익률을 1%포인트나 더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 재정안정방안에 포함되어서다. 필자는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기간 내내 혼자서 이러한 접근을 강하게 비판했다. '희망고문'이라고 언급하면서다.

문제는 개혁신당이 수용하는 듯한 김우창 교수 논리는 이보다도 더 공격적 포트폴리오 구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금 운영에서의 가장 큰 위험인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향후 70년 동안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상황을 여러 차례 겪을 확률이 높다. 그런 위기가 닥쳐 국민연금기금 20∼30%가 단 1년 만에 없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그런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감내할 수 있을까? 국정감사에서 보여 준 우리 국회 모습을 떠올린다면, 아마도 국회가 제일 먼저 공격적인 포트폴리오에 제동 걸 것 같다! 이에 대한 상세내용은 후속 칼럼에서 다룰 것이다.

이주영 의원 언급처럼 국고 투입은 필요하다. 단 그것이 보험료를 적게 부담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문제가 된다는 거다. 이미 1825조원이 넘는 미(未)적립 연금부채 해결을 위해 국고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해야 국민연금을 폰지사기라고 인식하는 국민 인식도 바꿀 수 있다. 국고 투입 방향성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함에도 응원의 목소리는 전달하고 싶다. 젊은 층 입장에서 개혁 방향을 고민하는 듯해서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민주당, 연금특위를 구성하고도 개점휴업 상태인 국민의힘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이유다.

소득대체율 40%에서도 당장 내년부터 보험료를 19.7% 걷어야, 즉 지금보다 10.7%포인트를 더 걷어야 미적립부채 증가가 멈춘다. 이미 감당이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난 미적립부채를, 더 늘지 않게 해야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MZ세대 마음을 돌릴 수 있다. 그런데도 '2078년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보험료가 43.2%로 치솟게 될', 그리하여 종국적으로는 연금제도의 파탄이 불가피한 안을 일부 정치권과 이해관계자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는 저명한 경제학자인 바스티아(F. Bastiat)가 강조한 법적 약탈(Legal plunder)을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더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태어나지 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여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법적 약탈', 양의 탈을 쓴 늑대의 실체를 세상에 알려야만 하는 이유다!

윤석명 (보건사회硏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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