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유튜브, 가정불화 책임져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0401000139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1. 04. 17:57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유튜브 소리만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질색이라고도 했다. 그것은 바로 유튜브가 주는 가정불화 때문이란다. 유튜브가 주는 순기능, 즉 우리가 모르는 세상을 알려주는 정보 창구로서의 유튜브는 얼마든지 환영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안내해 현지의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에는 무척 우호적이다. 유튜브 덕분에 접하기 힘든 세상의 정보를 마음껏 접할 수 있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심각한 역기능이다. 언제부터인가 집에 들어가기가 꺼려지기 시작했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그 이유는 바로 유튜브 때문이었다. 전적으로 유튜브 책임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유튜브 탓이 매우 큰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전업주부인 부인이 일에 치여 귀가한 자신을 붙잡고 가장 먼저 꺼내는 토픽은 바로 정치 문제다. 특정 정치 현안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는 게 집에 도착해 넥타이도 제대로 풀지 못한 남편에게 하는 일상이 됐단다. 


하루 종일 회사 일에 몰두하다 보면 그날의 정치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에 대충 얼버무리면 호된 질책을 당한다고 했다. 왜 정치 현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 없느냐고 채근하는 부인 탓에 언제부터인가 집으로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푸념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부인은 극우 채널을 시도 때도 없이 시청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정치 현안을 극우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며 남편에게 입장을 강요(?)하는 부인이 때로 매우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런 '유튜브발(發) 정치'가 주는 가정불화(?)는 비단 이 가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리라. 유튜브 채널이 특정 현안을 집중적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잘 설계돼 있기에 그 현안에 관한 한 유튜브 운영자의 입맛에 잘 길들여지기 마련일 것이다. 특정 주제 유튜브를 보고 난 뒤 다른 일을 하다 다시 유튜브를 열어 보게 되면 놀라울 정도로 이전에 봤던 내용과 같은 주제의 유튜브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어떨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뭔가 개인 정보가 다 털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알고리즘 등 쉽게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기반으로 유튜브 운영회사 구글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리라. 관심 있는 주제의 유튜브 채널을 검색 과정 없이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일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때로 빈정 상하는 일임이 확실하다.

요즘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의 개인은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행동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주장이 비합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신념만 있으면 무턱대고 타인을 비판하거나 비방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의 견해나 설명, 권고 등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요즘 사회의 특징이라고 한다. 


생각의 범위를 좁혀 말하면 정치적 현안에 대한 개인의 견해는 철저하게 독단적이고 배타적이 돼 가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60대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결국에는 유튜브에서 보고 들은 얘기로 끝을 맺는다. 정치적 성향 탓에 대화가 중단되기 일쑤다. 보수나 진보 성향의 채널을 자주 접하게 되면 정치적 성향도 그렇게 될 게 뻔하다. 가족의 정치적 성향도 확연히 구분되고 만다. 앞서 언급한 CEO는 그래서 유튜브가 가정불화까지 몰고 온다고 개탄한 것이었다. 부부끼리의 정겨운 대화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졌고 자신의 가치와 판단에 배치되는 대화에 대해서는 부부고 뭐고 없다는 식이 됐다는 것이다. 


때마침 나온 미국 대선 관련 뉴스는 이랬다.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목소리로 출연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지지 광고에서 투표용지를 마주한 한 백인 중년 여성이 잠시 망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아닌 해리스 이름 옆에 기표했다. 백인 남편이 "올바른 선택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물론이지, 여보"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리스 지지 광고이지만 부인과 남편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 아니 달라졌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전에는 부인이 남편의 정치적 견해를 거부감 없이 따랐다고 한다면,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로도 읽힌다. 


그동안의 투표 경험으로 볼 때 부부는 특정 후보에 대해 같은 생각으로 투표하는 게 보통일 게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부부가 각각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정치적 성향 그 바탕에 유튜브가 있을 것 같다고 추정하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유튜브 정치가 점점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뚜렷하게 구분 짓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 영향력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유튜브는 이런 유튜브발 가정불화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답을 내놔야 한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