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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의 해군력 성장세와 불안정해지는 인도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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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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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교수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60주년인 2008년, 해군 함정 세계 총톤수 비율에서 중국은 6.83%를 기록하며, 미국,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물론, 2008년 미국의 비율은 44.61%로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해양강국을 추월했다는 점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은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미국은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한다는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2009년 11월에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2009년 당시 미국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간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었고 2008년의 금융위기로 인해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심지어 향후 10년간 연방 예산을 삭감하는 시퀘스터(sequester)까지 발동된 상태였다. 가장 커다란 삭감 대상은 국방비로 무려 1020조에 달했고 이것이 미 해군에 미친 영향은 파괴적이었다.

2012년 11월의 18차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시진핑은 기회의 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취임 일성으로 그는 '해양강국'을 천명했고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15년에 수상함·잠수함을 총망라한 대형 함정의 수에서 중국은 역사상 최초로 미 해군을 5척 차이로 추월했고, 2022년엔 351척을 보유하여 미국과의 격차를 57척으로 벌려놓았으며, 2030년경 중국은 425척, 미국은 290척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5척이라는 격차는 한국 해군 함정의 총합을 능가하는 수치다.

중국의 함정 건조 능력이 미국의 232배에 달한다는 미 해군 정보당국의 추정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에 따라 중국 함정의 질적 성능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해군 함정의 수적 우위뿐만 아니라 해군 함정의 총톤수와 신형 함정의 톤수에서도 중국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2024년 6월 현재 중국의 함정 총톤수는 155만 7178톤이다.
물론, 2024년 6월 현재 미국은 360만 1900톤으로 여전히 중국보다 2.3배 우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의 상대적 우위가 1954년 890배, 2008년 6.5배, 2024년 2.3배로 가파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진핑 1·2·3기에 해당하는 2010년부터 2024년 사이에 건조된 신형 함정의 톤수는 112만5000톤에 달한다. 다시 말해 중국 전체 함정의 72% 정도가 신형 함정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는 2010년 이후에 건조된 함정이 전체 함정의 25%에 불과하다. 때문에 선체 평균 연령에서 미국(25년)은 중국(14년)보다 10년 이상 낙후되어 있다. 잠수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이 보유한 69척의 잠수함은 전부 원자력 추진이고 중국이 보유한 71척의 잠수함 가운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16척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잠수함의 상당수는 수명주기인 42년을 이미 초과했거나 42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5년 후인 2029년까지 15척이 퇴역을 하게 된다.

미 해군은 잠수함 전력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신형 Columbia급 12척 건조를 최우선 계획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퇴역과 취역의 균형이 흐트러져 42척으로 줄어드는 일시적인 기간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 중국의 잠수함은 현재 71척에서 76척으로 5척이 늘어날 전망인데 이들 모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다.

이제 해군력 전이를 목전에 둔 중국은 지금까지의 성취를 발판으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만큼 폭력적인 현상타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커졌다. 백년국치, 중국몽, 신형대국관계, 대만 통일 등의 담론은 자아도취적인 회고적 성취감과 인정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미국의 해군력이 전 세계 6개 함대에 분산 배치되어 있고 중국의 해군력은 서태평양에 밀집해 있다는 점도 중국에 유리한 점이다. 또한 중국이 미사일, 기뢰, 잠수함으로 구축한 강력한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력도 미국의 대형 함정을 손쉬운 표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미국의 수상함 총톤수에서 66%를 차지하는 항공모함, 강습상륙함 등 초대형 함정이 A2/AD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 역시 대형 함정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중소형 무인함대를 활용한 분산해양작전, 복제기 구상, 지옥문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오랜 기간 재래식 대형 함정을 생산해온 미 조선업체와 수많은 하청업체가 작은 규모의 무인함정을 대량 생산하려면 대규모 구조조정 및 공급망 재편을 해야 한다. 또한, 조선업체와 하청업체가 소재한 지역구 의원들의 투표담합(logrolling)이 무인함대 건설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하던대로 하고자 하는' 경로의존성의 극복이 당면 과제다.

해군력 성장세에 힘입어 중국의 행태도 180도 변하고 있다. 대만 위협 위기가 있을 때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물러나야 했다. 1954년의 1차 대만 해협 위기에서 중국은 미국의 핵위협에 물러나야 했다. 1957년의 2차 대만 해협 위기와 1996년의 3차 대만 해협 위기에선 미 항모전단의 개입에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급반전 됐다.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일정에 맞추어 2022년 8월 3~10일 동안 역사상 최초의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을 강행했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 일정에 맞추어 2023년 4월 8~10일에도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필리핀과의 연합훈련 일정으로 인근 해역에 있었지만 대만 해협 진입을 자제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또한 라이칭더 총통 취임 직후인 2024년 5월 23~24일에도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훈련의 장소가 대만의 영해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개입 경로인 대만의 북·동·남부 해역까지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항공모함 전단과 함재기 J15를 활용하여 대만 동부의 군사 요충지 세 곳인 3군 연합 형산 지휘소, 치아산 공군기지, 치항 공군기지를 공격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대만으로선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을 법한 상황이 3년 연속 발생한 것이다.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케네스 왈츠는 급부상하는 신흥국을 견제(balancing)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철칙이라고 강변하면서도 견제가 시의적절할지는 오류투성이인 인간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견제의 타이밍이 늦어지더라도 전쟁이라고 하는 방식을 통해 결국엔 견제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다만 엄청난 비용과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과 인도태평양 국가는 그의 경고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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