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측면에서 2007년부터 줄곧 자신의 작업 모티프로 '사물'을 다뤄 온 작가 김현준의 <The light thing_비로소 있는 것> 연작(2023-2024)은 주목할 만하다. 김현준의 연작은 작가가 제주로 작업실을 옮긴 이래, 고의 또는 부주의로 해안가에 방치되거나 바다로 유입, 배출된 적지 않은 양의 쓰레기들을 보면서 생산-소비-폐기되는 상품의 사물화 과정을 주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더불어 '소비'에 집중된 상품의 '가치' 문제가 기후 위기, 환경오염, 생태계 교란, 에너지 전환 같은 복잡한 문제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임을 깨닫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여 버려진 쓰레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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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김현준이 수집한 사물들은, 대부분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 기성품으로 찍어내거나 규격화된 사물들로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시스템이란 새로운 상품과 쓰레기를 동시에 양산하는 모순된 체제라는 어두운 진실을 상기시킨다. 유토피아적 전망에 근거한 이러한 모순은 인류세의 징후로서 쓰레기이자 변이되고 재구성된 새로운 사물을 양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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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상품으로서의 정보는 지워진 채 재료적 물성이 강화되거나 때론 폐사된 해양 동식물과 폐자재의 이질적인 물성이 융합된 섬뜩하고 낯선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물성이 강조된 오브제들은 일반적으로 촉각적 욕망을 자극하지만, 처음 보는 섬뜩함과 낯섦은 물성이 지닌 내러티브 이상의 불길한 부조리극, 명백함을 넘어 자폐적 복잡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기에 오브제 특유의 촉각성보다는 시각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작가는 이들 재구성된 사물 혹은 새롭게 변이된 사물에 그 어떤 조각적 개입도 하지 않았다. 즉 만들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수집한 사물에 LED(발광다이오드)를 심는 최소한의 개입만을 했다. LED 빛은 사물의 깨진 틈 사이 남아있는 정보·흔적들을 주목하면서 이 새로운 사물의 신체, 즉 이형 사물이 본래 탄생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에서 소비되고 버려진 사물의 파편, 재구성된 사물임을 환기하고 있다.
김현준의 신작 <The light thing_비로소 있는 것>은 '사물'을 둘러싼 환상이 끝없는 진보라는 유토피아적 환상, 가장 새로운 것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라는 환상과 동일한 것임을 경계하면서, 생산-소비-폐기의 가속화된 자본주의 소비사회 시스템 속에서 존재하는 것과 소멸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질문하고 있다.
/큐레이터·상명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