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국회 연금특위 운영, 수준 미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2101001296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7. 21. 18:00

OECD서 평가한 한국의 연금개혁 <4>
1윤석명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2012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대선 경선 당시 스웨덴은 우리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후보가 스웨덴처럼 우리도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해서였다. 덩달아 여의도 국회의원들도 스웨덴 복지국가를 열심히 공부했다. 반면에 스웨덴 복지국가를 그렇게도 칭송하던 복지학자들은 스웨덴 연금제도를 거론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윤석열 정부 들어 연금논쟁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여전하다. 왜 그럴까?

한국과 스웨덴 보건복지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기념으로 2013년 9월 9일 서울의 프레스센터에서 연금 관련 국제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우리 측 진영 복지부 장관과 스웨덴 울프 크리스테르손 사회보장부 장관(현 스웨덴 총리)의 기조연설 후에 양측에서 2명이 발표했다. 크리스테르손 장관의 기조연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서울 성북동에 소재한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의 야외 만찬에서 당시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가 한국 발표자였던 필자에게 다가와 앉았다. 궁금증을 풀 기회다 싶어 "장관이 어찌 그리도 연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 전문가 출신이냐?"고 물었더니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어릴 때부터 정당에서 체계적 학습을 받으며 성장한 결과라고 했다. 우리 정치 풍토와 크게 차이 나는 대목이다.

"'세기의 개혁'이라 불리는 1999년 스웨덴 연금개혁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다니엘손 대사의 답변이 놀라웠다. "100여 년간 연금제도를 발전시켜 오면서 쌓아 온 신뢰, 정치인들의 책임 의식, 환경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적응, 그리고 '자식 세대와 손자 세대', '손자의 손자 세대'까지 생각하며 제도 개선 방향을 고민해서"라고 말해서다. 지금 우리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간 것이다.
이러한 자세로 개혁안을 마련한 스웨덴의 연금과 국가부채의 현주소는 놀라움 그 자체이다. 스웨덴 정부가 EU(유럽연합)에 제출한 최신 자료(2024년 4월)에 따르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는 공적연금 급여율(BR, Benefit Ratio)이 36%(2022년)에서 30%(2070년)로 하락한다. 공적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2%에서 25%까지 떨어진다.

노인부양비가 36%에서 50.4%로 증가하는데도, GDP 대비 연금지출 비율은 7.4%에서 7.2%로 감소한다. 모든 공적연금(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을 합하면 GDP 대비 15%가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우리와 크게 대비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밑돌고 있어서다. 이것이 스웨덴의 참모습이다. 스웨덴 실체가 이러하다 보니, 한국의 정치권과 복지학자들이 스웨덴 언급을 금기시하는 것 같다.

이번 제18차 OECD 연금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노르웨이와 핀란드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스웨덴과 유사한 추이를 보인다. 그러니 노르웨이와 핀란드 전문가가 "한국 연금제도가 지속 불가능함을 확신한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출생률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인데, "국제적으로 너무도 낮은 9% 보험료를 찔끔 올리면서, 40%인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겠다는 한국의 연금개혁 논의"를 접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부끄러워 얼굴 들기가 힘들 지경이다!

"국가의 미래는 정당의 관심과 이익,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보다 우선한다. 이익단체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스웨덴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던 당시, 스웨덴 쇠데르텐(Sodertorn) 대학의 최연혁 교수가, 필자 대표 집필의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2)』의 부록(431쪽)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스웨덴 연금개혁 시사점을 최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스웨덴처럼 객관적인 집단을 총망라한 전문가 특별위원회를 임명해, 정부와 정당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중립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430쪽)."

새삼 12년 전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는 이유는 제18차 OECD 연금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외국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연금 논의과정에 대해 의아해서다. "연금개혁처럼 중요한 문제를 어찌 이토록이나 불투명하게 운영했느냐?"가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1년 이상 운영한 국회 연금특위의 민간자문위원회는 제대로 된 회의록조차 없다. 자문위원들조차 특위에 보고된 자문위원회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언론을 통해 나중에 알아서였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시민대표단 학습자료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2005년 태어난 세대(14.1%)와 2035년 태어난 세대(36.1%)의 생애 보험료 차이가 무려 22%포인트에 달한다"는 내용을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이 임의로 삭제했다. 그렇게 하고서도 국회방송(NATV) 생방송 토론인 '정관용의 정책토론(4월 18일 방송)'에서 "시민대표단 학습자료에 포함하여 인쇄된 것을, 삭제 후 다시 인쇄하여 시민대표단 학습자료로 사용하였다"는 필자 지적에 대한 반박은 놀랍다.

"공론화위원회 참여하는 당사자로서 발언한다. 단연코 그런 일이 없었다. 사실과 다른 발언 책임질 수 있겠느냐?" 생방송에서 필자를 다그치면서 수차례 물었던 내용이다. 함께 출연한 다른 공론화위원은 끝내 침묵을 지켰다. 이 장면은 국회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핵심자료를 삭제해서 시민대표단을 학습시켰다는 지적은 국회 연금특위의 여당 간사인 유경준 전 의원 역시 제기했던 문제다.

"그런 일이 없다며 생방송에서 필자를 다그치던 장면"과 상당수 언론,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이 "소득대체율을 50%로 10%포인트 더 올리는 안을 시민대표단 다수가 선택했다. 시민들의 이 위대한 결정을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온갖 압력을 넣던 모습들"이 오버랩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처참한 상황에서도 아직 정부안조차 없으며, 21대와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22대 국회 모습 때문인 것 같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최소한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