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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세사기 피해자 직접구제의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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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5. 03. 05:40

허강무 전북대 교수
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지난 몇 년간 전세사기를 비롯한 전세제도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법 시행 11개월이 경과한 지금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가결된 피해자 가결 건수가 무려 1만50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서민 임차인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사기 속출은 지난 시기 임대차 3법과 같은 무리한 부동산 입법 정책을 비롯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초래됐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전세사기 피해 확산을 막고자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수차례 발표하고, 지난해 6월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시행해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야당은 전세사기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보전하는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피해자의 보증금을 선구제한 후 이를 회수할 능력이 충분하여, 실제 재원 투입은 수천억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래 사항을 고려해 입법 개정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첫째, 개정안 시행 시 정부가 매입해야 하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대다수는 부실채권으로 회수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3년 순손실이 약 3조9000억원이고, 대위변제 회수율도 15% 가량임을 고려할 때 손실을 수천억원 정도로 추산하는 것은 현재로서 매우 리스키(risky)한 접근이다.
둘째, 현재 개정안에 따르면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에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기금의 여유자금이 2021년 49조원에서 2024년 3월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급감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금 건전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운영 방향인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은 국민주택채권 발행자금과 주택청약 저축분 등으로 국민들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정부가 잠시 맡아서 운영하는 자금이다. 이러한 돈을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사업에 투입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주택도시기금의 운영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셋째, 사기 피해 금액에 대해 정부 재원을 통해 직접 지원하는 것은 그간 전례가 없어 타 사기 피해 지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향후 보이스피싱, 다단계 등 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정부 재원으로 직접 지원할 것이 아닌 이상 자칫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상 해당 임차인이 실제로 사기 범죄의 피해자인지 여부는 향후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결정될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방법은 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특별법 개정안을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제21대 국회에서 처리하기 보다는 차기 국회에서 합리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법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우선적으로 국회는 국가가 어느 범위까지 지원하고 피해 구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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