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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네카오’의 무한 변신을 기대하며

[이경욱 칼럼] ‘네카오’의 무한 변신을 기대하며

기사승인 2024. 04.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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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사진
이경욱 대기자
봄이다. 산수유, 매화, 목련, 진달래,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이 앞을 다퉈 고개를 내민다. 이럴 때 지나간 겨울은 유달리 추웠고 길었다는 말들이 늘 나돈다. 봄은 희망이고 미래다.

언젠가 네이버 직원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는 네이버의 근무 여건이 좋다고 해 이직했다. 이전 회사보다 속도감이 있고 분위기가 좋아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급여도 더 많이 받게 됐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회삿돈으로 값비싼 와인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구매하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고 전했다. 이전 근무 기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 새 컨트롤타워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 경영지원 총괄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카카오 내부 경영 실태에 관해 쓴 소리를 했다. 브라이언임팩트는 김범수 창업자가 만든 재단법인이다. 카카오 내부 준법·인사·재무 분야를 평가하는 김 총괄은 자신의 SNS에 출근 첫날 김 창업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골프 회원권으로 골프를 치고 접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거다."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다더라는 괴담 수준의 루머가 많아 강력한 쇄신이 요구된다." 그러면서 카카오 보유 골프 회원권 75% 정도를 매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 창업자가 듣기에 매우 불쾌했을 언급이었다. 그 여파였을까,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허위 사실 기반 명예훼손, 미(未)확인 사내 정보의 무단 유출, 언론 대응 지침 위반, SNS 활동 가이드 위반 등을 사유로 그를 해고했다.

이른바 '네카오'(네이버+카카오)는 인터넷 시대 대한민국 정보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네카오 제공 뉴스·정보를 수시로 검색하고 정보를 취득하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이런 네카오는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발상의 전환, 과감한 투자, 신속한 대응 등 기존 기업들이 감히 시도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일취월장했다. 두 회사는 MZ세대의 '취업 블랙홀'이 됐다. 다양한 복지 혜택,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보고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마치 오랜 겨울을 견뎌낸 봄꽃같이.

네카오는 폭풍 성장을 했기에 구멍 난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구멍은 바로 재무 쪽 아니겠는가. 갑작스레 외형이 확대된 회사는 필연적으로 재무 부분이 취약해질 수 있기에 그렇다. 방만함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가 글로벌 IT 기업,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네카오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성원 모두가 냉정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20~40대가 된 MZ세대가 중추적 역할을 맡는 사회로 변신하고 있다. MZ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구태의연하고 구습에 얽힌 경영 문화로서는 MZ세대를 한없이 붙잡아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네카오 경영진은 인식해야 한다. 골프·와인 등 접대 문화를 MZ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네카오는 더 이상 국내 기업이 아닐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는 사이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유튜브 조회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튜브 등이 네카오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네카오는 이들 글로벌 기업과 당당히 경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강력한 준법 시스템을 갖추고 구성원 모두가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갑작스레 곳간에 엄청난 돈이 들어왔다고 정신 줄을 놓아서는 안 된다. 봄꽃처럼 화사한 젊은 직원들이 회사를 더 아끼고 사랑하도록 해야 한다. 네카오의 무한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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