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랜들 홀콤 칼럼] 규제기관 아니면 기업, 누가 ‘포획’ 당하는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22001000976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2. 20. 18:17

홀콤 사진 2016072701002491400130271
랜들 G. 홀콤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랜들 G. 홀콤(Randall G. Holcombe)은 미국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드보 무어(DeVoe Moore) 경제학 교수로 ≪위험에 처한 자유: 미국 역사에서 민주주의와 권력(Liberty in Peril: Democracy and Power in American History)≫의 저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스티글러 교수는 "규제 대상 기업들에 의해 규제기관이 '포획'당한다"는 이론으로 유명하다. 홀콤 교수는 이 글에서 스티글러의 이론을 보완하여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규제기관에 포획당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의 허락을 받아 약간의 편집을 해서 여기에 싣는다.
<편집자 주>

노벨상 수상자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가 한 논문에서 대중화한, 규제의 포획 이론은 규제 기관들이 자기들이 규제하는 기업들에 의해 "포획된다(captured)"고 결론짓는다. 규제 기관들은 일반 공익에 봉사하기보다는 자기들이 규제하는 기업들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규제적 포획(regulatory capture)은 부분적으로는 규제되는 기업들이 규제 결과들에 집중된 이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에 반해 일반 대중 각자는 규제에 큰 이익이 걸려 있지 않다. 규제되는 기업들은 규제 기관들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커다란 유인을 가진다. 일반 대중의 구성원은 대부분 그렇게 할 유인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한 기업에 대한 규제적 보호가 그 기업의 백만 고객 각자에게 5000원의 비용을 더 부담하게 하고 이 5000원이 그 기업에 이전될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개인들은 자기들이 부담하는 5000원의 비용에 대해 어떤 반대를 시도하기에는 5000원에 비해 너무 큰 비용이 들어 그런 반대를 시작할 유인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 기업은 규제로부터 50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이다. 기업은 규제적 보호를 얻기 위해 열심히 로비할 것이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아마도 규제가 존재하는지조차도 알지 못할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실제 사례를 들자면, 자동차 연료들이 에탄올을 포함해야 한다는 명령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명령이 내려진 것은 소비자들이 에탄올이 없는 자동차 연료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할지라도, 이에 대한 소비자 반발은 거의 없다. 이에 비해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적은 비용이 부과됨으로써 옥수수 농장주들과 가공업자들은 그 명령으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규제되는 기업들은 다른 이점들도 얻는다. 그런 커다란 이점 가운데 하나는 규제 기관이 기업을 규제하는 데 사용하는 정보가 직접 그 기업에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그 기업은 그 정보 흐름을 자기에게 이롭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점은 규제자들과 규제되는 기업들이 개인적으로 서로 알게 되고, 친밀해지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먼저 규제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규제를 창출하는 사람에게 그 규제가 어떤 이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규제 창출자가 누리는 이점은 규제받는 기업들이 규제로부터의 편익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만약 규제가 폐지된다면, 규제되는 기업은, 어쩌면 파산에 이를 만큼 심각한 손실을 볼 것이다. 그래서 규제되는 기업들은 그 유리한 규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입법자들과 규제자들에게 계속해서 뇌물을 써야 한다.

수십 년 전 항공사들은 동업자 간 경쟁을 제한하도록 규제되었다. 1978년에 항공사들이 규제가 해제되었을 때, 이 규제 편익의 상실로 인해 다수의 항공사들이 파산하였다. 이스턴 항공(Eastern Airlines), 브래니프(Braniff), 팬아메리칸(Pan American), TWA(Trans World Airways)는 말하자면 '규제 해제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이들 항공사들과 비슷한 결과를 피하도록, 규제되는 기업들은 기존 규제들을 유지시키기 위해 이를 종결할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과 입법자들을 후원할 유인이 있다. 스티글러가 설명했듯이, 규제는 규제받는 기업들에 편익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는 또한 그러한 기업들이 규제의 지속에 크게 의존하게 만든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규제되는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기업들은 선거 운동 기부금과 그 밖의 정치적 후원을 제공함으로써 유리한 규제 환경을 보존하기를 희망할 수 있다.

궁극적인 결과는 규제되는 기업들이 입법자들과 규제자들에 의해 "포획된다"는 것이다. 규제적 보호들을 얻는 대가로 그런 기업들은 계속되는 규제에 의존하게 된다. 그들은 자기들의 규제적 보호들을 유지하기 위해, 문자 그대로건 아니면 비유적으로건, 계속해서 규제 권력을 지닌 이들에게 빚을 다 갚아야 한다.

디즈니(Disney)는 기업들이 자기들의 규제적 보호들을 계속하기 위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후원하지 않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한 실례를 제공한다. 1967년 플로리다주 정부는 본질적으로 그 회사가 월트 디즈니 월드(Walt Disney World)를 운영할 자기의 정부를 창설하도록 허가하였다. 2022년 그 회사는 플로리다 의회와 드샌티스(DeSantis) 지사가 지지하는 법률에 반대했다. 이에 대응하여, 의회는 월트 디즈니 월드의 자치 특권을 폐지했다.

규제적 보호들로부터 편익을 얻는 기업들은 그런 보호들을 번복할 수 있는 의회들을 계속해서 후원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기업들은 규제적 보호들로부터의 편익을 잃을 것이다. 스티글러는 규제 기관들이 자기들이 규제하는 기업들에 포획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의 규제적 보호들을 종결하는 권력을 가진 입법자들과 규제자들에 의해 포획되는 것은 규제되는 기업들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랜들 홀콤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