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데스크칼럼] ‘백신주권·제약주권’ 말의 성찬 뿐 K바이오 ‘요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10601000299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1. 06. 09:12

26010101-1807202300a.ps
인류사와 궤를 함께 한 것이 질병사다. 흑사병은 중세 암흑시대를 지배했고, 톨스토이는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감기에 걸린 덕분에 러시아의 국운이 달라졌다고 갈파했다.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사람은 1차 세계대전 사망자 2000만명을 웃돌았고, 100여년이 지난 2020년 창궐한 전대미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늘을 사는 인류는 수년간 '지구촌 봉쇄'를 경험했다.

동양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차(Tea)가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의학이 일천했던 시절도 아닌 현재도 완벽한 의미의 감기약 조차 아직이니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는 코로나 박멸은 어려운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5일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공식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6월1일부터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했으며, 8월에는 2급에서 4급감염병으로 하향 조정했다. 시간의 흐름속에, 잊혀져 가는 듯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3주(10월22~28일) 기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는 32.6명으로, 직전 주(10월 16~21일 기준 18.8명)대비 73% 증가했다. 이는 '23~'24절기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6.5명/1000명)의 5배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19~'20절기 12월 2째 주(12월8∼14일) 28.5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19 확산세도 주시해야 한다. 전국 527개 표본 의료기관을 통해 신고된 10월 4주(10월22∼28일) 코로나19 신규 양성자 수는 8635명(일평균 1234명)으로, 직전 주보다 17% 증가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일상은 회복했지만, 방역은 개인 몫이 되다시피했다. 마스크와 개인위생 만으로는 거듭 진화하는 감염병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백신주권' '치료제 개발'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정부가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백신주권' 공약의 공약화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단적인 예가 연구개발(R&D) 예산삭감이다.

돈줄만 끊어놓은 게 아니다. 국내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이 수년간의 노력 끝에 임상에 성공한 '신약'에 대한 인허가 마저 지연되면서, '백신주권' 확보나 '제약주권' 확립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대표적 예가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가 개발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제프티'다.
제프티는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변이종이 출현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적이다. 정부의 긴급승인(긴승) 기준에 맞춰 코로나19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정한 코로나19 12개 증상(발열·기침) 개선 시간을 단축시켰을 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의 한계인 이상 반응도 없어 경증환자는 물론 고위험군 할 것 없이 안전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뎅기열이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치료효과도 확인됐다.

현대바이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프티의 긴승을 제출했지만, 정작 국내 제1호 항바이러스제가 될 수 있는 제프티의 유용성에 관심 가진 곳은 미국이다. 미국보건당국이 임상비용을 부담하고 현대바이오는 제프티를 제공한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조달할 길 없는 현대바이오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현재로선 제프티의 운명을 알 수 없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다국적 제약사로 넘어가서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치료제의 표준이자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기회를 상실하는 것일 뿐 아니라 막대한 국부 유출이 아닐 수 없다. 자국산 신약 없이, 'K바이오'는 요원하다. /의학전문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