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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장 문화와 수출로 공수전환에 성공한 ‘K-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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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1. 05. 14:36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강호동 조합장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겨울의 길목에서 김장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는 주부들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예전만 못해도 여전히 집집마다 가족과 이웃들이 도란도란 모여 김장을 담근다. 배추를 절이고 갖은 양념을 한데 버무려 절임 배추 사이사이에 양념을 넣는 모습은 고단함도 잊을 만큼 정겹기만 하다. 어린 시절, 갓 담은 김장 김치에 푹 삶아낸 수육을 싸서 먹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김장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겨우내 부족한 비타민과 단백질을 제공하는 주요 영양공급원이기도 하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잎사귀에는 철분, 칼슘, 비타민C 등이 풍부하고, 배추 고갱이에는 비타민 A의 함량이 높다고 한다. 여기에 고추, 마늘, 생강, 젓갈 등 부재료가 함께 어우러져 발효되면, 영양성분이 더욱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특유의 시원한 감칠맛을 낸다.

한국인에게 김장은 월동을 준비하는 집안일인 동시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야 했기에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며 함께 했다. 마을 사람들은 김장 담그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협동의 정신'을 배우고, 김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배려의 정신'을 배우게 된다. 김장을 위해 모이고, 김치를 나누는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최근 해외에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우리나라 김치가 인도 렌틸콩, 일본 낫토,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또한 김치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 '건강식' 또는 '비건(채식) 음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가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선포한 것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에서 '김치의 날'을 기념하는 지역들이 늘고 있다.
김치 수출 실적만 보더라도 이러한 인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김치 수출이 '코로나 특수' 당시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20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정도 늘었다. 고무적인 것은 김치 수출이 코로나 특수라는 '단발성 이벤트' 효과가 아니라 'K-푸드'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K-김치'의 세계화는 농산물 수출을 통한 공수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해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김치의 위상이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젊은 층의 김치 소비 및 선호가 줄고 있고, 김장 담그는 김장문화가 점점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김장 의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가정은 63.3%로 전년보다 2% 가까이 감소했다. 4인 가족의 김장 규모도 지난해 22포기에서 올해 20포기로 줄어드는 등 김장재료 수요가 전년만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는 시판 김치를 사서 먹는 가정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김장철을 앞두고 주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배추 값이 들썩이고, 소금과 고춧가루, 생강, 쪽파 등 주요 재료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비용문제로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까지 나오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농민들도 성출하기가 되면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농가와 소비자의 걱정을 덜고 김장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김장채소의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하겠다.

사라지고 있는 김장 문화를 유지·계승시키기 위해 '김장 한포기 더 담그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김장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김장 교육과 홍보를 확대해야 하겠다. 이를 통해 김장 문화에 깃든 협동과 배려의 정신을 확산시키고, 시름에 처한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 나아가 김치와 같이 문화와 콘텐츠가 결합된 농식품 수출이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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