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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아이티에 케냐 주도 경찰력 투입…“유엔 안보리 모처럼 제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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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10. 03. 13:32

HAITI-VIOLENCE/UN
1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갱단 폭력으로부터 대피한 사람들을 위한 임시 거처가 설치돼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무정부 상태에서 갱단 폭력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미 최빈국 아이티에 케냐 주도의 경찰력을 투입하는 방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을 얻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보리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식 회의를 열고 아이티에 대한 다국적 안보 임무를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로 앞서 아이티에 1000명의 경찰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케냐는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경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는 다국적 경찰이 공항이나 항구, 학교, 병원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아이티 경찰과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폭력 사태로 도탄에 빠진 아이티에 국제적 경찰 지원이 들어가게 되면서 안보리가 모처럼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간 반목으로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번 결의안 통과는 안보리가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드문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결의에 기권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외국 경찰력의 아이티 투입은 지난해 10월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치안 인력 배치를 요청하면서 추진됐다. 케냐가 지난 7월부터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최근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과 케냐, 아이티 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케냐가 아이티에서 다국적 치안 유지단을 주도하기 위한 자원 확보와 인력 배치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미국·케냐 간 방위협정에 서명하고 약 1억 달러(1358억)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케냐가 주도하는 치안 유지단이 아이티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케냐 경찰이 유사한 국제 활동을 한 경험이 없는데다 능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케냐인과 프랑스어와 크리올어를 쓰는 아이티인 사이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부의 기능이 마비됐고 의회는 의원들 임기 종료 후 구성하지 못했으며 갱단들까지 활개를 치면서 무법지대로 전락한 상태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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