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금리 쇼크’에 주요국 집값 하락세…부동산 버블 붕괴 신호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913010006462

글자크기

닫기

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09. 13. 14:02

Off The Charts-Homebuy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 서프사이드의 한 주택 앞에 매물을 내놓는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사진=AP 연합
낮은 금리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늘었던 주택 수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집값 하락 현상이 목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급격한 부동산시장 침체는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수십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주택가격 하락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호주와 캐나다 등 부동산시장 거품이 심한 국가들에서 주택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호주의 주요 부동산 지표 중 하나인 코어로직 주택가격 지수는 전월대비 1.6% 하락하며 1983년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에만 30% 가까이 올랐던 뉴질랜드 부동산 가격도 올해 7월 기준 지난해 11월보다 11% 하락했고, 유럽에서 가장 부동산시장 열기가 뜨거운 곳으로 꼽히는 스웨덴에서도 주택가격이 올해 봄 대비 8% 하락했다. 영국에서는 내년 주택수요가 전년대비 20%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일본 호세이대학의 히라타 히데아키 교수는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2023년과 2024년 세계 주택시장의 침체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많은 국가일수록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리가 오르고 이자 부담이 상승하면 소비 심리가 위축돼 경제활력이 감소하고 부동산 개발도 지연되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5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2020년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93%가 변동금리다. 이어 스페인(52%), 영국(42%), 캐나다(24%), 이탈리아(19%) 등에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았다. 반면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겪은 미국은 고정금리 대출이 일반적이어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1%로 낮았다.

블룸버그는 막대한 대출금 상환에 따른 채무자들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일부 국가들이 정책적 대응에 나섰다면서, 한국 정부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 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위해 4000억원 이상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또 대출 이자가 두 배로 불어난 폴란드에서는 정부가 최대 8개월간 이자 상환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도입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급격한 부동산가격 하락은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나라즈 샤는 "중앙은행의 과도한 긴축정책은 경기침체 없는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는 '소프트랜딩' 가능성을 약화시킨다"면서 "집값이 너무 빠르게 하락하면 경기침체는 가속화되고 더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현재의 경기 침체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심각한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중앙은행들의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선미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