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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없어질 운명’ 자사고 인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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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 기자

승인 : 2019. 12. 18. 06:00

김범주
사회부 김범주 기자
3년 전쯤 알게 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얼마 전 기자에게 자녀의 고교 입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6년 뒤인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 중 한 곳에 자녀를 보내도 될 지 결정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였다.

공부에 일가견이 있는 법조인조차 요즘 입시는 갈길을 종잡을 수 없는 ‘미로’ 같다고 하소연했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제도가 불과 1~2년 사이에 뒤바뀐 점, 교육정책이 또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 등으로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란 얘기도 함께 전했다.

여러 논란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6년 뒤 없어질 것으로 예정된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에 올해 지원한 학생이 지난해보다 그다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 자사고 입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부분은 정시확대로 보인다. 서울 지역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 탓에 오히려 대입 실적이 좋은 전국단위 자사고나 일부 외고의 평균 경쟁률만 더 높아졌다.
반면 지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광역 자사고의 평균 경쟁률은 떨어졌다.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자사고 등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이 다시 자사고 간의 서열화로 나타났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올해 교육당국의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전국단위 자사고는 우수한 면학분위기와 교육시설 등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2016학년도 정점을 찍은 후 매년 낮아졌던 전북 전주 상산고의 경쟁률은 올해 재지정 평가 과정에서의 논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예상 밖의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사고 논란의 해법은 누구나 알고 있듯 ‘일반고 역량 강화’다. 앞서 교육당국이 일반고의 학습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식이 올해 자사고 경쟁률에 반영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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