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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묵은 헌법 한계 부각, 개헌론 도마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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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기자

승인 : 2025. 01. 27. 05:00

때마다 나오는 ‘개헌론’…실제 실행은 ‘흐지부지’
‘4년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제도별 특성과 장·단점은?
바람에 흩날리는 헌법재판소 깃발<YONHAP NO-1293>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
대한민국 헌정사 첫 현직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개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과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여권은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40년 묵은 87년 체제를 바꿔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의 반복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 속 개헌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혼란스러운 국정에 대내외적 안보와 국제 외교·무역 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사태종식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줄탄핵에 국정 여기저기에 누수가 발생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 권한대행의 모호한 권한범위 논란, 거대야당의 입법독재 비판 등으로 '1987년 헌법'의 사용기간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개헌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 때마다 나오는 '개헌론'…실제 실행은 '흐지부지'

개헌은 일련의 과정이 매우 복잡한 입법활동이다. 헌법을 입맛에 맞춰 멋대로 개정하는 독재를 막기 위한 조치로 검증에 검증을 받도록 했다. 헌법 제130조에 따르면 개헌은 국회의원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시행이 가능하다.

때문에 정치판에서 끊임없이 '개헌선'과 '개헌저지선'의 중요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300명이 국회의원 정원인 만큼 개헌선은 최소 200석 이상, 개헌저지선은 최소 101석 이상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다. 국회의원이 발의할 경우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발의한다. 이후 헌법 개정안을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하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60일 이내 의결해야 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국회 의결일로부터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하고 그와 동시에 발효된다.

이처럼 나라의 근간인 헌법을 수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87년 개헌 이후 개헌을 성공한 대통령은 아무도 없다.

1990년 여소야대를 뒤집은 3당합당의 동력은 당시 3당의 수장이었던 1노2김(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의원내각제 합의 비밀각서였다. 김대중 정권 탄생 동력도 DJP(새정치국민회의·자유민주연합)의 내각제 개헌 합의였다. 하지만 개헌선에 미달했고 각서와 합의는 휴지조각이 됐으며 내각제 개헌 시도는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대통령들이 주로 임기 말 레임덕마다 개헌이슈를 꺼내왔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모두 임기 말 개헌카드를 만지작댔으나 반대진영 반발에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후보 시절 땐 4년 중임제 개헌 입장을 밝혔으나 당선된 이후에는 개헌 논의를 차단해 왔다.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정당별·정파별로 유불리에 따라 개헌이 거론되고 있으나 좀처럼 합의에는 이르지 못해 흐지부지되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YONHAP NO-5804>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법재판관. /연합
◇ 장기 군사독재 끝 내놓은 '5년 단임제'…사실상 임기는 3년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1987년 장기간 군사독재를 경험한 대한민국이 내놓은 결론이다. 국민들이 5공화국 군사정권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끌어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이 5년씩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5년 단임제'라고 한다.

5년 단임제는 직선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선호가 큰 것이 장점이다. 대통령이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 국가적 중대 결정에 필요한 지속성을 보장하고 임기 동안 책임지고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정책추진에 제한이 걸린다. 인프라 구축이나 교육 개혁과 같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정책들은 임기 제한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중단되기도 한다. 또 임기 종료 후 새 대통령에 의해 기껏 쌓아놓은 정책이 뒤집히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임기 말 레임덕 현상으로 인한 국정 공백이 가장 큰 단점이다. 또 권력이 독점돼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임기 초 1년은 권한을 인수인계 받고 준비하느라, 임기 말 1년은 레임덕에 시달리느라 사실상 국정을 돌보고 티가 나는 기간은 3년이 전부라는 비판도 나온다.

◇ '4년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제도별 특성과 장·단점은?

거론되는 개헌의 형태는 대표적으로 대통령중심제는 유지하되 임기를 4년으로 줄이고 한차례 연임이 가능한 '4년 중임제', 의회에서 선출되며 정치적 책임도 지는 내각 중심으로 구성 되는 '의원내각제',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 요소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등이다.

우선 '4년 중임제'는 5년인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다시 한 번 출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둔다. 즉 한차례 연임이 되도록 한다는 것. 현행 5년 단임제의 임기가 사실상 3년에 불과하다는 단점을 적극 보완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하기만 하면 사실상 8년이라는 임기가 주어지는 만큼 장기적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거론되는 정치체제안 중 국민 저항이 가장 적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포퓰리즘 정책이 만연할 것이라는 문제가 있고 현직 대통령의 재출마 시 연임을 위해 부정선거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2기 출범 전 심각한 레임덕에 시달릴 경우 재선 이후 4년 내내 반대파 국정에 휘둘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와 관련해 '원 포인트 개헌'도 거론된다. 4년 연임제로 바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면 선거를 따로 하지 않고 한 번에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예산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다.

검사탄핵 변준기일, 입장하는 김형두 헌법재판관<YONHAP NO-4381>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의 탄핵 심판 3차 변론준비기일 진행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
'의원내각제'는 총리와 장관을 국회가 뽑는 형식을 말한다. 의회 다수당에게 행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하고 정치적 책임도 함께 지게 한다. 대통령제에선 국가원수·정부수반 지위가 대통령 한 사람에 귀속되는 반면 의원내각제에선 구분된다.

만약 총리가 의회신임에 반할 경우 의회는 '내각불신임권'을 행사해 총리를 해임할 수 있고 그 경우 내각구성원들도 일괄 사퇴한다. 때문에 내각제는 정부 성립·존속 근간이 의회 신임 여부에 달려 있다. 또 의회 신임을 잃은 경우 의회가 그 책임을 즉각적으로 물을 수 있는 만큼 '책임정부'라고 불린다.

내각제는 국민이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경우에도 신속하게 상황대응이 요긴하다. 정부교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 언제든지 내각불신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탄핵'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탄핵은 법률적 책임에 대해서만 발동할 수 있고 정치적 책임에는 발동할 수 없다. 예컨대 지지율 하락이 탄핵 요건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내각불신임으로 총리 한 명이 아닌 내각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는 만큼 내각은 민심에 대단히 예민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나온다. 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여대야소가 되는 만큼 집권세력은 정책추진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정당이 연립해 집권하는 만큼 군소정당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다만 여타 정치 체제 대비 실현가능성이 낮고 국민 저항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 연립정부 형성이 순조롭지만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구성이 지연되면 무정부상태가 장기화 돼 국가안보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 또 다수당이 행정부를 차지하는 만큼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행정부 견제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실질적으로 여당이 총리를 선출하는 만큼 여당대표 선출 과정이 제도화 돼있어야 한다. 또 임기제한이 있는 대통령제와 대비해 선출제도를 악용해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보유하지 않으면 총리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또 각 부처 장관이 되려면 선거를 통해 의원으로 선출돼야 하는데 분야별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문화의 성숙이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치명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전시를 제외하고는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맡고 총리가 경제·사회 등 내치를 맡는 형태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보완한 제도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권 일부 국가들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당연히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기대되며 권력분산의 선순환,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승자 독식제도가 아닌 합의와 토론의 민주주의적 정치 문화가 형성된다는 호평을 받는다.

다만 사실상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이 구분이 모호해 더 큰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대통령과 총리의 출신당이 다를 경우 국정혼란이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사드 배치 논란이 거론되는데, 외교·국방 문제에 현지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외치·내치를 딱 잘라 분리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 여야, 개헌에도 불협화음…"정치적 유불리 아닌 국민 대표자로 나서야"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한민국이 '7공화국' 시대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9차 개헌 이후 개정없이 4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권력구조를 전환하든 대통령과 국회 임기를 맞춰 바꾸든 개헌은 6공화국의 실패한 정치구조를 명확히 진단하고 개선과 방향성에 국민공감대를 합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 중론이다. 변화와 혁신은 두렵지만 새 시도를 통해 현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선 국가적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여권과 국회의장은 현 대통령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야권은 탄핵 정국에서 비상계엄 '내란' 의혹에 대한 여론관심을 개헌으로 돌리려는 묘수가 아니냐며 시큰둥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가발전을 위한 개헌에 진지한 국민의 대표자로서 나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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