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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삼수’ 나선 케이뱅크… 공모 물량 축소·호실적 효과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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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4. 11. 25. 18:00

수요예측 흥행 실패… 내년 초로 미뤄
고평가 논란·높은 업비트 의존도 지적
수익 다각화 등 성장 가능성 보여줘야
상장 문턱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셨던 케이뱅크가 내년 초 또다시 상장에 도전한다. 상장 실패의 주된 이유가 시장 침체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과도한 공모가격,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 등 온전히 케이뱅크에 있었던 만큼 이들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은 케이뱅크의 상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지적한 과도한 공모 물량을 크게 줄이기로 한 데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3분기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공모 흥행을 다시 한번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최우형 은행장이 상장 재도전 의지를 거듭 강조해 온 만큼 최 행장이 적극 나서 문제의 실타래를 풀 것이란 기대도 크다.

다만 내년 공모 일정까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단기간 기업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또 IPO(기업공개) 시장 한파가 내년에 완전히 회복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없는 데다, 국내 증시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점은 불안요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입성에 두 번째로 도전했던 케이뱅크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지난달 18일 상장 일정을 내년 초로 미뤘다. 기관투자자들은 케이뱅크의 희망 공모가(9500원~1만2000원) 하단과 이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상장 실패 원인인 공모 물량을 대폭 축소해 내년 2월 안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상장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고평가 논란이었다. 케이뱅크는 자사의 적정 몸값을 4조~5조원대로 평가했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미국·일본 등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값인 2.56배를 적용했다. 그러나 시장은 국내 인터넷은행 1호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의 PBR이 1.61배인 점을 지적하며 공모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투자금 회수를 기대했던 재무적투자자들(MBK파트너스·베인캐피탈 등)이 상장 연기를 택한 것도 실패의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이들은 2021년 케이뱅크 유상증자 과정에서 각각 2000억원을 투자해 주당 6500원의 가격에 약 3077만주의 지분을 사들였다. 공모가가 상단이나 그 이상의 가격에서 결정될 경우 투자 원금의 두 배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수요예측은 기대에 못 미쳤다. 케이뱅크는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희망했지만, 투자자들의 반대에 상장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도 걸림돌이 됐다. 케이뱅크는 업비트를 중심으로 수신 잔액을 늘려왔던 터라 의존도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업비트의 예금 비율이 2021년 말 53%에서 올해 상반기 말 17%로 줄긴 했지만, 매출 비중은 여전히 편중돼 있어 뱅크런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은 내년 초 케이뱅크가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 과도한 공모물량을 크게 줄이는 점이 긍정적이다. 여기에 올해 초 최우형 은행장이 선임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것도 내년 공모 흥행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는 사상 최대인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370억원의 순익을 냈다. 코스피 입성에 대한 최 행장의 강한 의지도 투자자들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중 하나다. 최 행장은 상장 철회 이후에도 최근까지 IPO 재도전을 거듭 강조하며 상장 이후 추진할 성장 전략을 밝혔다.

다만 내년 공모 일정까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지적된 과제들을 단기간 얼마나 해소할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 침체와 공모시장 한파가 길어지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비슷한 시기에 공모주 대어들이 줄줄이 기다리는 점도 부담이다. DN솔루션즈, LG CNS, 서울보증보험 등 수천억원 규모의 공모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투자자를 설득하는 부분은 내부적인 사정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공모주 물량을 대폭 줄이면 내년 수요예측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케이뱅크가 삼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건 투자자와 시장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이번 공모과정에서 지적된 높은 공모가격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또 올해 호실적을 냈음에 불구하고 시장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만큼 수익 다각화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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