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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칼럼] DIME 대북통일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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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1. 30. 17:57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전 고려대 교수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은 매우 위협적이고 저돌적이다.

시정연설에서 쏟아낸 말의 핵심은 이제 "남북은 동족,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이며, 대한민국은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북한) 영역에 편입"의 대상이며, 점령, 평정, 수복을 위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일성-김정은의 통일 유훈의 상징인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22일 폭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급기야 23일에는 '탱크 부대가 남침을 감행해 부산을 점령하는 상황을 묘사한 선동 포스터'로 주민을 선동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형국이다. 최근 김정은이 뱉어낸 말들은 하나같이 섬뜩하다. 북한은 화해협력에 기반한 '평화통일'을 포기하고 핵에 기반한 '무력적화흡수통일'로 대남통일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온갖 국제사회의 제재와 주민 배고픔의 대가인 든든한 주체의 보검 핵무기를 악용한다는 의미다.
사실 남북한의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결판 났다. 북한은 모든 부문에서 패자다. 북한이 우위에 있는 오직 하나 핵무기다. 그래서 북한이 핵을 전면에 내세워 말 폭탄을 퍼붓고 대한민국을 협박하고 있다.

김정은이 말 폭탄과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긴장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건 다의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내부도 김정은에게 결코 비우호적 상황을 회피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김일성이 호언장담했던 '쌀밥, 비단옷, 기와집'의 꿈은 요원하고, 8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21~2025)의 목표 달성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긴장 조성으로 내부 불만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쪽에서 불어오는 한류(南風)의 감성이 김정은 체제에 위협적 요소다. 한류가 북한판 MZ세대인 장마당 세대와 스마트폰 세대의 마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MZ세대를 옭아맬 방도로 정보차단 3법을 제정했다.

3법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1), '청년교양보장법'(2021)과 '평양문화어보호법'(2023)이다. 이런 정보차단 3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남풍은 잦아들 기미가 없다. 그래서 최근 한국 드라마를 본 16세 청소년 2명에게 공개 재판을 통해 12년 노동교화형 선고하는 극단적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이런 억압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는 듯하다. 이런 MZ세대의 심리적 이완이 체제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대한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그 두려움의 발로는 핵 이외 내세울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김정은에게 선대의 조국통일 유훈을 실천할 여유가 없다는 확증이다. 즉 북한 주도로 통일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헌법 개정 시 '조국통일 3대원칙'의 폐기와 영토조항의 명기도 공언했다. 이는 북한 주도의 흡수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고백이다.

이런 김정은의 행태는 화해·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의 길을 거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평화를 포기했다는 점은 그동안 상투적으로 사용해 왔던 북한의 '평화'가 거짓 평화, 가짜 평화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이다. 그리고 대남기구 폐쇄와 통일의 상징물 폭파 뒤에 숨겨진 저의는 남북관계 파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하기 위한 기만전술이며, 전쟁 분위기 고취는 한국의 4월 총선에서 종북주사파를 위해 '전쟁 대 평화'의 프레임을 구축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의 모습도 엿보인다.
이처럼 북한이 핵을 앞세운 '무력적화통일'에 대한 우리의 평화통일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DIME 전략이다. DIME은 Diplomacy(외교), Intelligence(정보), Military(군사), Economy(경제)의 첫 글자를 합성한 용어다.

우선 D-전략이다. 외교는 국익에 기반한 가치 외교다. 이때 한국의 국력 신장에 걸맞은 외교가 요구된다.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일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화통일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해 주고 한반도의 통일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탈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 I-전략이다. I-전략의 핵심은 북한 정보화다. 이때 북한 정보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 민주, 평등, 평화 등의 보편적 가치를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정신적 지원(spirit assistance)'이며, 북한 민주화(자유화)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경제적 지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최근 북한이 남한식 표현인 '자기, 남(여)친' 등등의 단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남한식 표현이 북한에서 공유지식(sharing knowledge)을 형성하고, 공동지식(common knowledge)으로 진화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바로 공동지식이 북한체제의 근간을 허무는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정보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입된 정보가 북한에서의 영향과 이를 평가해 재유입하는 정보환류체계 구축도 요구된다.

그리고 M-전략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효과적 대응을 위해 국방안보전략을 북핵에 대비한 전략으로 대폭 수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3축 체계의 구조적 허점도 보완해야 한다. 한미 핵우산의 구조적 허점 보완, 한미일과 북중러 간 핵 균형을 위해 한미일 핵개발 연대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E-전략이다. 김정은 독재집단에게 이득이 되는 남북경제협력이 아니라 북한주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남북 대화 재개에 대비해야 한다. 결국 DIME 전략은 북한의 무력적화 흡수통일의 야욕을 허물고 자유에 기반한 평화통일의 토대를 구축하는 유효한 전략이다. 이를 위한 정부 의지와 결기가 요구된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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