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각범 칼럼] 초불확실성 시대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 모색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12101001259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1. 21. 18:21

2024010101000056100002531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초불확실성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모색하여야 한다. 장기적 국가전략과 더불어 돌발적 위기에 대응하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도 함께 세워야 한다. 10년 뒤를 바라보는 정책 어젠다를 개발하는 한편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를 짓누르고 있는 복합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는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부채 증가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빨라 위험수위에 올랐고,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조기에 IMF 관리체제를 졸업할 수 있었던 힘은 국가재정의 뒷받침에서 나왔다. 기업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마련할 수 있었고, 국내수요를 무리하게 늘리려고 한 결과물인 민간 신용불량 사태도 정부개입으로 진정될 수 있었다.

1997년에 비하면 지금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위기 대응자원은 턱없이 모자란다. 국가의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정부의 외환관리 실패에서 찾는 것은 정치적 해석에 불과하다. 그 가장 큰 원인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채 누적에 있었다. 2024년 현재 이미 과도한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기업부채를 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4년 전 총선 때의 공약 남발을 경계해야 한다.

안보위기는 세계적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로 상징되던 미국 주도의 세계평화질서가 파편화되면서 무질서가 '뉴노멀'이 되는 시대가 왔다. 유럽과 중동의 '두 전쟁'은 인접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반도와 중국의 양안은 벌써 1등급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헌법에 있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 헌법에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하도록 지시했다. 이 발언은 지난 50여 년 동안 남북이 공유해 온 통일 원칙을 폐기한다는 선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노력을 대외적으로 감추어주고, "오지랖 넓은"(김여정)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우리의 안보위기를 키웠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정부와 달리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로 북한의 도발위협에 단호하고도 압도적으로 대처해 왔다. 동시에 전쟁억지력도 강화하고 있으므로 객관적인 전쟁위험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지난 70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오던 통일전선전략보다, 군사전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통일전선전략의 핵심은 남북정부의 협상에 의한 평화적 통일이다. 여기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남한정부의 자격은 사회주의 혁명으로 집권한 정부에 한정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엄연히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탄핵절차를 거쳐 집권하였으면서도 굳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평양 광장에 운집한 군중을 향해 자신을 '남쪽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이유도 유추되는 대목이다.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같은 민족이 아니라, 격멸해야 할 적이라고 선언한 것에 대하여 우리는 보다 냉정하고 엄밀한 차원에서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추적하면서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종래의 전쟁과 다른 미래전의 단초를 보았다. 북한이 군사전에 의한 승리를 목표로 한다고 할 때, 통일전선 전략을 통하여 이미 확보해 놓은 대한민국 내 정치자원과 사이버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하여 안보지평의 초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도 현재와 같은 한·미·일 안보공조체제 아래에서 서울 공격이 무망함을 잘 알 것이다. 다만 선거의 해 2024년에 한국과 미국에 문재인-트럼프 같은 환상적 조합이 만들어진다면, "더러운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패배주의와 신고립주의의 팽배를 북한이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초불확실성의 시대 우리나라와 세계의 미래가 앞으로 10년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의 구름을 걷어내어야 한다.

다음으로 초불확실성 시대를 만들어 가는 엄청난 속도의 과학기술변화 환경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 AI, 바이오, 양자, 에너지, 군사기술은 앞으로 새로운 산업혁명과 생활혁명을 만들 것이다. 세기적 변화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세계적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긍정적 변화와 더불어 부정적 변화의 가능성도 불확실성 속에 잠재해 있다. 기술적 변화가 가져올 재앙보다 기술변화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겪게 될 재앙은 몇 배나 크므로 우리는 과학기술 혁신의 속도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내외에 산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에는 저출생·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절벽의 문제가 심각하고 사회 경제적 격차확대의 해소도 시급하다. 인구문제 해결을 위하여 출산장려정책과 더불어 '새로운 한국인'을 맞아들이는 이민정책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과제로 부과된 기후변화 문제와 탄소중립 과제에 대하여 우리는 주도적으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세계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발언권을 강화시킨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경제적 위상에 맞지 않게 아직도 사고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험사회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과학적으로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재발방지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事故)의 정치화로 이어져왔다. 결국 안타까운 사고를 겪고도 비슷한 사고를 또다시 반복하는 사고의 만성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우리의 발전 속도 경쟁에 뒷덜미를 잡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의 와중에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중심세력 결집이 시급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