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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주지 무공스님 “청정 수행가풍이 백양사 진짜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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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11. 20. 11:23

만암·서옹 큰스님 정신과 전통의례 강조
"정식 발우공양, 외국인이 체험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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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의 상징인 하얀양 인형 '백양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주지 무공스님. 백양사에서 출가해 선원장(禪院長)으로 오래 활동한 무공스님은 백양사의 청정수행 가풍을 보존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본사인 전남 장성 백양사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자랑하는 절이다. 비록 지금은 총림(叢林, 강원·율원·선원을 모두 갖춘 큰절)에서 해제됐지만 고불총림(古佛叢林)으로 불리며 빼어난 스님들을 배출한 도량(道揚)이다. 현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만 해도 백양사 출신으로 이곳 주지를 지냈다.

최근 백양사에서 만난 주지 무공스님은 청정수행 가풍이야말로 백양사의 진짜 명물이라고 설명했다. 선원장을 오래 지낸 덕에 수행자로서 철학이 확고했다. 의례와 예불은 정성스럽게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무공스님과 나눈 대화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지근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8년 백양사서 서옹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범어사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백양사 승가대학과 중관유식승가대학원을 졸업하고, 백양사 재무국장,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담양 용흥사 몽성선원장, 백양사 고불선원장, 백양사 운문선원장을 지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 또한 역임했다."

-백양사는 어떤 절인가.

"백양사하면 빼어난 수행가풍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 종정인 만암·서옹 큰스님을 배출한 곳이 백양사다. 백양사 암자인 운문암은 참선 시 정신이 어지럽지 않고 혼침(昏沈)이 없는 수행터로 유명하다. 옛날부터 도인이 끊이지 않는 도량으로 알려졌고 서옹스님이 주석하신 곳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남쪽에는 운문선원 북쪽에는 금강산 마하연을 꼽을 정도로 양대선원으로 이름이 높았다."
-백양사 템플스테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한국 전통문화 대부분은 불교문화 속에 녹아있다. 여반장·야단법석·십시일반 이런 단어들이 모두 불교에서 비롯됐다. 일반인들이 한국 전통문화 속에 있는 깊은 정신을 빨리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템플스테이다. 특히 외국인이라면 템플스테이를 통해 절에 있는 스님들이 다 같이 모여서 제 시간에 식사를 하는 의례인 발우공양을 정식으로 해봤으면 한다."

-발우공양이 왜 중요한가.

"일미칠근이란 말이 있다. 쌀 한 톨의 무게가 일곱 근에 달한다는 의미다. 내가 죽었을 때 쌀 한 톨을 함부로 낭비하면 죄가 일곱 근이나 붙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음식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옛날처럼 제대로 발우공양을 하는 것이 지금은 드물어졌다. 전통 그대로 하면 대중들이 다 모여서 죽비 소리에 맞춰서 오관게(五觀偈·식사의 의미를 새기는 게송)를 외고 엄숙한 절차대로 밥을 먹는다. 음식을 씹는 소리를 내서는 안 되고, 고개를 들어서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 자기 밥그릇인 발우만 주시해야 했다. 이런 금기사항들이 많았다. 밥 먹는 시간이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때를 놓치면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또한 소량의 밥을 헌식하는 발우도 함께 했다. 사람 말고도 아수라·아귀·미물에게도 베풀겠다는 자비의 뜻이 담긴 의례다. 이처럼 발우공양 안에는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가 담겼다."

-불교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우선 전통 의례가 원형대로 보존돼야 한다. 절 안에서도 의례가 지나치게 약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49재 회향식도 옛날에는 사흘씩했다고 한다. 한 번쯤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전통문화가 제대로 계승될 수 있다. 전통의식이 사라지면 불교는 남아 있을 수 없다. 모든 의례가 약식화되면 나중에는 약식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된다. 의례가 사라지면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천주교 신자였다가 불교 신자가 된 분이 49재를 천주교 전통 의례인 줄 알더라. 그런 의미에서 백양사 말사인 나주 심향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심향사는 고려 팔관재 전통을 보존·계승하고 있다. 백양사 원로스님인 심향사 주지 성오스님이 힘써주신 덕이다."

-백양사 하면 큰스님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우선 백양사 가풍을 세운 만암스님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큰스님은 시대를 앞서나간 선지식인이었다. 일과 수행을 병행하는 선농일치(禪農一致)를 주창하셨고, 교육에 앞장선 분이었다. 불교 교육 외에 국어·국사·수리학 등 현대학문을 가르친 광성의숙을 설립했으며, 목포 정광중·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중앙불교 전문학교를 설립했다. 만암스님이 서릿발 같은 수행터를 만드시면서 '백양사에서 수행을 이야기하지 말고 모범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만암스님 제자인 서옹스님은 어린 시절 직접 뵀던 노스님이다. 자비로운 미소와 '중노릇 잘하라'라는 말씀이 기억난다. 배고플 때 도 닦는 마음이 나온다고 백양사는 줄곧 넉넉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 비록 백양사가 총림에서는 해제됐지만 큰스님들의 뜻을 받들어 고불총림의 수행가풍을 이어가고자 한다."

-승려로 살아오시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만암스님은 예불과 공양, 운력, 이 세 가지를 절대적으로 지키라고 하셨다. 또한 예불하는 것을 숨 쉬듯이 하라고 했다. 부처님의 교단에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마음이 게을러진다. 예불 시간에 한 번이라도 빠지면 부처님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 번 빠지고 두 번 빠지는 게 익숙해지면 결국 예불에 나오지 않게 된다. 그러면 승려로서는 '어중이떠중이'가 된 셈이다. 나 역시 예불에 빠질 때도 있지만 늘 참여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진다. 조계종의 승려는 모두 수행자다. 부처님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수행자라는 근본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 "

-불자들에게 권하는 수행이 있다면.

"평소 신도들에게 염불을 많이 하라고 권한다. 불교를 깊이 공부하고 수행하는 건 사회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인 노년기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틈틈이 염불하고 시간 나면 금강경 같은 주요 경전을 한번 읽어보라고 말한다. 염불이 왜 중요하냐면 염불은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이고, 부처님을 공경하고 마음에 새기는 일이다. '나무 아미타불'하고 염불할 때 아미타불의 48가지 서원을 생각하며,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면서 보살님의 대자대비(大慈大悲)한 서원을 떠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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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이'를 소개하는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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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조종육엽(世界一花 祖宗六葉·육조혜능선사 비명에서 유래된 말로 선맥이 세계로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 현판 앞에 백양사의 상징 백양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무공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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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템플스테이를 참가한 전남대 외국인 학생 및 관계자들이 백암산이 보이는 대웅전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불교문화사업단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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