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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곡물협정 연장 극적 타결…식량위기 가까스로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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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3. 05. 18. 15:50

협정 중단 하루 전 2개월 연장 타결
러 "협정 왜곡 신속히 시정" 강조
UKRAINE-CRISIS/GRAINS <YONHAP NO-4699> (REUTERS)
지난해 11월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곡물을 실은 선박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한 곡물수출을 가능하게 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흑해곡물협정이 중단 하루 전 가까스로 2개월 더 연장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의 노력과 러시아의 지원, 우크라이나의 헌신으로 흑해 곡물협정을 2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협정 중재에 참여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감사를 표하며 협정 연장 결정에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출발하는 선박들을 막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 결정이 모든 당사자들에게 혜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식량안보 보장을 위한 유엔과 튀르키예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으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흑해 곡물협정은 세계 식량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물이 세계를 먹여 살린다"면서 협정을 장기적이고 포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협정 연장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이행 사항이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흑해곡물협정 2개월 연장에 대한 튀르키예 대통령의 발표를 확인한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 식량안보를 말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보장할 기회가 제공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 협정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며 "협정 이행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최대한 빨리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 및 비료 수출 제한 해제와 '로스셀호즈방크(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복귀 허용, 흑해로 연결되는 러시아 암모니아 수송관 복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흑해 항구를 봉쇄하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식량안보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하에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됐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흑해 3개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했고, 지금까지 약 3000만톤의 곡물과 농산물이 수출됐다.

하지만 협정 이행 내용을 두고 우크라이나와의 입장 차가 벌어지면서 러시아는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경고해왔다. 협정이 두 번째로 연장된 지난 3월 우크라이나는 120일 연장을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60일 연장을 밀어붙이며 오는 18일 종료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흑해곡물협정 연장은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의미있는 외교적 성과라는 평가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중재를 통해 튀르키예의 세계적 영향력을 증대시키겠다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고 진단했다.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엠레 페커 유럽국장은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은 오는 28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또 다른 외교적 승리를 안겨줬다"고 적었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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