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디지털 시대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가야 할 방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11026010014727

글자크기

닫기

김인희 기자

승인 : 2021. 10. 27. 06:00

clip20211026103230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2003년 2월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화재로 사망 192명, 실종 6명, 부상 151명이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정부의 위기대응은 임기응변식으로 사후처리에 급급하며 부처간 유기적 협력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재난대응시 정부 전체의 능력을 통합·연계할 필요성을 체감했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마련해 우리나라의 모든 위기상황을 관리하는 기본적인 방향과 기준을 정하게 됐고, 이를 근거로 ‘위기관리 매뉴얼’이 도입됐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도입으로 국가의 위기상황 발생시 관행과 경험으로 대응하던 방식에서, 정확한 상황파악과 신속한 상황보고 및 전파체계를 기초로 한 시스템을 통한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2016년 속초 유람선 표류 사고 당시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초한 해경-소방-민간 스쿠버다이버들간의 공조가 그 예이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미세먼지 같은 과거에는 없던 재난이 새롭게 등장하게 됐고 매뉴얼의 양은 많아졌다. 재난담당자들이 숙지해야 하는 매뉴얼의 분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재난현장에서 매뉴얼을 활용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게 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혁신적인 디지털로의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재난 현장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는 없다.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도입한다고 해도 말이다. 재난 현장에 있는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를 위한 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누구와 협업해야 하는지?’ 재난 상황에 맞는 본인의 임무와 역할을 알기를 원한다. ‘구조화된 데이터 기반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재난 현장에 있는 그들에게 요청하지 않아도(push message) 필요한 정보를 알려 줄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재난(위기) 상황에 맞게 정보가 전달된다.

다시 말해, ‘디지털화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단순한 문서의 전자화가 아닌, 재난 상황에서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게 하는 사람 중심의 서비스이다. 이를 위해서는 웹상에서 구현되는 전자문서를 표현하고 전송하는 표준 언어를 사용해 모든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조화 및 전자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람이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적인 상황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현장성을 갖기 위한 원칙은 분명하다. 첫째, 주기적이거나 정기적으로 매뉴얼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제 수명은 6개월~1년을 채 넘지 못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현행화를 통해 최신성을 확보하고 정기적으로 훈련을 통해 얻은 실질적 경험을 매뉴얼에 반영해야 한다. 이것이 재난 현장에서 작동되는 매뉴얼이 되는 자양분이며 필수 조건이다. ‘디지털화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이러한 개선을 손쉽게 해줄 수 있다. 비상 연락망 등을 포함한 조직·기관의 기본적인 사항 변동과 정책 변화에 따른 개정사항이 일괄 또는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둘째, 재난 상황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현장에 있는 개인별로 사용이 쉬워야 한다. 하지만 현재 관리되고 있는 매뉴얼은 문서 형태로 재난 현장에서 신속한 접근과 즉각적인 활용이 어렵다. 복잡한 구조와 서술 등으로 인해 담당자들이 직관적으로 즉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디지털화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모바일 기반의 맞춤형 매뉴얼로 재난 상황에 맞는 개인의 임무와 역할을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담당자를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천이 된다.

‘디지털화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사람과 디지털을 접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빨리 도입돼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김인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