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정부, 북한 9년만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의미와 향후 전망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171121010011404

글자크기

닫기

최태범 기자

승인 : 2017. 11. 21. 16:41

'초강경 제재망' 북한에 상징적 압박효과, 미국 고강도 압박기조 유지 의지
북한 반응 주목, 무력시위 또는 낮은 수위의 성명으로 대응할 가능성
트럼프-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트럼프정부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한 것은 추가 제재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고강도의 압박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9월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추가 도발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지만, 미국은 핵·미사일 위협에 있어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없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은 미국의 국내법에만 적용되는 용어지만 실제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상당하다. 무기 관련 수출과 판매가 금지되고 미국의 대외 경제원조 금지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 및 기타 분야 제재들이 부과된다.

북한의 경우 이미 불량국가 취급을 받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이중·삼중 제재 망에 둘러싸여 있어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따른 실질적인 제재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북핵 해결을 위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상징적인 조치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바 민타로 전 국무부 동아태국 한·일 담당관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북한 압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향한 길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상징적인 가치를 담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오바마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대니얼 러셀은 “오바마 정부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깊이 있게 검토했으나 법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김정남 암살 사건이 트럼프 정부에 합법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정남 암살사건, 웜비어 사망사건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결정타

실제 트럼프정부는 김정은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신경작용제인 VX로 독살된 사건과, 관광차 방북했다가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6월 석방된 뒤 엿새 만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검토해왔다.

트럼프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집권 초반부터 검토한 것은 사실이나 이번 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당시 “김정은과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며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유화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대북특사를 보내며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제재 강도를 더 높여 북한을 대화·협상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인식해 전격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신호를 발신할 기회와 시간을 줬지만 북한의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후에도 ‘북한과의 대화에는 계속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무르익던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만약 북한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반발해 무력 도발로 나서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빌미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다시 확인됐다며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북한에 미치는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거의 없는 상징적인 조치에 가깝다는 점에서 북한도 고강도의 무력시위보다는 일단 성명 발표 등의 다소 낮은 수위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태범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