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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인생 2막 준비, 여기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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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기자

승인 : 2014. 11. 28. 10:44

나이든 새내기들을 위한 대학,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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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텃밭에서 센터의 공동체가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경로당 등 취약계층에 전하기 위해 텃밭에서 기른 배추 300포기로 김장에 나섰다. /사진=송병형 기자
지난 19일 늦가을 찾은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서울 은평구 통일로)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라기보다는 은퇴 후 인생 2막을 열려는 나이든 새내기들을 위한 대학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정문을 지나 눈에 들어오는 모습부터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포근하다. 알고 보니 센터 자체는 정문에서 오른쪽 구석의 건물 하나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변 건물에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어부센터 등 서울시의 혁신센터들이 들어서 있다. 센터 4곳은 대학 내 학부들처럼 서로 교류를 하고 있다. 캠퍼스라는 느낌이 그냥 느낌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센터 사이 중간 240평 남짓한 텃밭에서 그 교류가 한창이었다. 시니어와 영이 함께하는 도시텃밭공동체(SNY 도시텃밭공동체)의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다. 공동체는 경로당 등 취약계층에 전하기 위해 텃밭에서 기른 300포기의 배추로 김장을 담고 있었다. 공동체에는 혁신센터 4곳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인근 녹번어린이집의 젊은 엄마들과 이들의 활동을 지켜본 장애인단체까지 동참하고 있다.

서주봉 대표(53·여)는 “지난해 8월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사회공헌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듣다가 안전한 먹거리를 가족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텃밭을 하게 됐다”며 “우리 공동체는 항상 화합과 협동을 강조하고 어울림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모임 결성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공동체를 짊어진 ‘왕살림꾼’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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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내 1층 이모작 인큐베이터실 벽에 걸린 공동체 휘장들. 센터는 인큐베이터실을 마련해 교육 프로그램 이수생들이 함께 모여 구상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송병형 기자
취재를 먼저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인 장영희 자서전쓰기 사업단 대표(58·여)는 자상하면서도 열성적인 대학 동아리 선배를 떠오르게 한다. 장 대표는 4년전 7명의 동료와 함께 자서전쓰기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 와서 7~8명이 더 늘었다. 지난해 18권의 책을 발간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임대아파트 복지관을 돌며 강의도 하고 꼭 필요한 돈만 받고 자서전도 써 준다. 장 대표는 “얼마 전, 센터 입구에 앉아 있으니 전직 외환딜러라는 사람이 책을 쓰고 싶다고 찾아왔다”며 “제가 자서전을 먼저 써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센터를 처음 찾은 후배의 갈 길을 이끌어 준 것이다.

이광희 이야기채록사협동조합 이사장(56·남)은 새로 서라벌예대 출신들의 삶을 채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라벌예대는 1973년 중앙대에 흡수되기 전까지 스타들의 산실이었다. 대기업과 전통시장과의 상생실태 조사와 마을공동체 채록사 양성사업에 이은 3번째 사업이다. 이 이사장의 작업실은 센터내 1층의 이모작 인큐베이터실이다. 장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인큐베이터실은 센터가 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경우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다. 인생 2막을 열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고, 끌어주는 선배가 있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사회로 진출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여러모로 나이든 새내기들의 캠퍼스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인문학아카데미와 사회공헌아카데미가 꼽힌다. 조헌재 센터장(62)은 “인생이모작의 전환점에 선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며 프로그램 참여를 권했다. 비록 은퇴했지만 경제적 활동력은 여전히 왕성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바라는 직업과 사회가 허락하는 직업 환경과는 괴리가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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