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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어려울수록 인간미 보여주는 이 회사는

[취재후일담] 어려울수록 인간미 보여주는 이 회사는

기사승인 2024. 06.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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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123
동국제강그룹이 1994년 산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후 이듬해 '동국노사 세계화 선언 결의대회'를 개최한 모습. /동국홀딩스
"사장님, 뭔 뚱딴지 같은 소리예요. 바쁜데 왜 장난쳐요?"

지난해 말 동국제강그룹 하도급 업체 대표가 직원에게 '너 내년부터 동국제강 정직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니 해당 직원이 보인 반응입니다. 하청업체가 원청업체 직원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일은 현실이 됐습니다. 동국제강그룹의 계열사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올해 1월 사내 하도급 근로자 889명을 직접 고용했습니다. 업계 최초의 사례이자, 최근 철강업계 상황을 보면 더욱 의아합니다.

지난해부터 철강사들은 건설경기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선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그런 와중에 동국제강그룹이 1000명에 가까운 사람을 내 식구로 만든 데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동국제강그룹의 평화로운 노사관계는 익히 유명합니다. 회사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었던 1991년 10일간의 파업을 끝으로 30년 이상 무파업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1994년 산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했고, 30년째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등 가족적 기업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회사 내 장기 근속자가 많은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지난해 동국제강그룹의 평균 근속연수는 15.2년으로, 업계 평균치(11~12년)를 웃돕니다. 노동조합에서도 박상규 노조위원장이 2006년부터 18년 동안 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회사를 지킨 직원들이 많고, 연령대가 높다 보니 노조가 크게 힘쓰지 못하는 구조일 것이란 시선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수십년이 넘도록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분쟁의 씨앗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노사간의 신뢰와 존중이 그만큼 깊다는 뜻일 겁니다. 이번 정규직 채용에도 노조는 상생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국제강그룹은 오는 8월까지 야간가동체제를 유지하고, 시장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상시 야간조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2014년에도 직원들을 지켜냈듯 이번 위기도 모든 직원들과 함께 극복하겠단 의지로 해석됩니다.

동국제강그룹 창업주 장경호 회장은 '인재경영'을 창립 이념으로 내세웠습니다. 어찌 보면 회사의 근본이 '인간미'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창립 이념처럼, '상생'을 위한 노사의 노력이 의미 있도록 하루빨리 업계가 회복해 직원 모두가 활기찬 현장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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