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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강수편중 한국, 국토부·환경부의 물 관리 ‘분업’ 필요

[김이석 칼럼] 강수편중 한국, 국토부·환경부의 물 관리 ‘분업’ 필요

기사승인 2023. 08. 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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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강수편중 한국, 수질·수량 관리의 분업화가 합리적

우리나라 날씨를 보면 폭우로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은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또 폭염으로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서 쉴 곳을 찾지 못한 대원들이 쓰러지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강우가 사시사철 고르게 오는 게 아니라 여름철에도 들쑥날쑥하다는 것을 요즈음 더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강우가 고르지 않다는 것을 체감할수록 우리나라의 물 관리는 지난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환경부가 통합관리하기보다는 환경부는 수질 관리에, 그리고 국토부는 수량관리에 집중하는 '분업'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된다.

물난리가 난지 시간이 꽤 지난 후 이런 '합리적인' 물 관리 분업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 독자 가운데 일부는 생뚱맞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시간이 좀 지난 후이기에 감정에 휩싸이지 않은 채 오히려 차분하게 이 문제를 제대로 성찰해볼 수 있다. 또 사실 필자가 이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필자 스스로 그게 정말 해결책인지 확신할 시간도 필요했다.

폭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는 것을 보면 물 관리는 그저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물의 양을 관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사시사철 비가 고르게 오는 나라인 경우에는 수해(水害)도 그리 크지 않은 게 일반적이고, 또 대개 환경(수질) 관리와 이수(利水)·치수(治水)의 수자원 관리를 통합해서 관리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처럼 비가 편중적으로 오는 나라는 이 두 업무를 떼어내어서 따로 관리하고 서로 견제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우(禹) 임금의 수량관리 혁신

사실 중국의 치수(治水)의 역사를 보면, 물과의 투쟁의 역사였다. 둑을 쌓아 물을 막고자 했지만, 그것으로는 성난 물길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물길을 터줘서 물길을 달래는 '기업가적 혁신'(entrepreneurial innovation)이 등장했다. 그런 지혜를 발휘해서 치수에 성공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커다란 칭송을 받고 왕으로 추대된 이가 바로 우(禹) 임금이다.


◇환경론자들, 토목공사에 알레르기 반응

그런데 '깨끗한 물'의 문제에만 몰입하게 되면 물길을 트거나 준설을 통해 물그릇을 더 넓혀서 수량을 관리할 발상 자체를 해내기 어렵다. 이에 더해 "자연에 인공을 가하지 말라"는 가치관까지 그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경우에는 물그릇을 넓힌다거나 물길을 터주기 위한 토목공사를 하는 것 차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바로 그가 애지중지하는 '자연'의 강에 '손을 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강이 둑을 넘어 범람해서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져 인명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치수(治水)라면, 비가 많이 올 때 댐을 건설해서 비를 잘 모아 두었다가 비가 오지 않을 때 잘 활용하는 것은 이수(利水)에 해당한다.


◇도시 인근의 강은 '자연의 강'으로 두기 어려워

인류 문명의 발상지들이 모두 큰 강 주변이었다는 것은 사람들이 이런 치수와 이수를 잘해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도시 인근의 강은 사람들이 손을 대지 않은 채 그냥 둔 '자연의 강'일 수 없고 결국 '문명의 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7월에 벌어진 기록적인 '물 폭탄'에 호우피해가 속출하면서 공주시가 사상 처음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이 때 나온 이야기가 "1987년 대홍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부 마을은 금강 본류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을 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더 큰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이 지역(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인 정진석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크게 해 금강 범람이 멈췄다고 생각한다" 면서 "국토부에서 하던 수자원 관리를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환경부에 일원화한 것도 화를 키운 원인"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환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 목숨"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월의 한 국무회의에서 환경부에 단순히 수질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홍수 등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수량관리에도 노력할 것을 현재 수질과 수량을 모두 관리하게 된 환경부에 이렇게 주문했다. ""환경부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로, 환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 목숨"이기에 하철준설 정비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아직 수질관리와 수량관리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기 이전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환경부에 이런 주문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부처마다 나름의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나 성향(mentality)이 있는데 환경부가 '토목'의 관점을 가지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잘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경부의 전공은 역시 '수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의 표현처럼 '환경 텔레반'의 입김이 어느 나라보다 센 나라가 아닌가.


◇정치권의 합리적 '물 관리 분업' 제도화를 기대한다

강수가 편중될수록 수질과 수량의 관리는 분리되는 것이 합리적이고,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강수편중 국가라면 합리적 물 관리 체계에 대한 대답은 별로 어렵지 않게 나온다. 수질은 환경부가, 수량은 토목공사에 능한 국토부가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효율적일 것이다.

국회가 그런 입법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수질과 수량관리를 환경부로 통합한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그런 변화를 수용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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