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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른 더위에’…무더위 쉼터로 몰리는 쪽방주민들

[르포] ‘이른 더위에’…무더위 쉼터로 몰리는 쪽방주민들

기사승인 2024. 06. 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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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비좁고 열기 가득차" 무더위 쉼터로 대피
"쪽방에는 샤워기, 정화조 없어" 위생문제 불만
전문가 "쉼터는 임시거처, 근복적인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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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쪽방상담소 지하 1층에 위치한 무더위 쉼터에서 쪽방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창신동쪽방상담소
"쪽방에서 살았던 지난 12년 중 올해가 가장 뜨거운 것 같아."

13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무더위 쉼터 '창신동쪽방상담소'. 여름철 무더위로부터 쪽방촌 주민들의 '휴게소' 역할을 하는 창신동쪽방상담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하 1층 5평 남짓한 이곳에는 매트리스 3개와 에어컨 1개가 설치돼 있는데, 쪽방촌 주민들에겐 비좁은 쪽방에 비하면 이곳 시설은 단연 최고다.

쪽방촌 주민 가운데 한 명인 조인순씨(84)도 '창신동쪽방상담소'의 단골 손님이다. 조씨는 이날 오전부터 창신동쪽방상담소를 찾아 매트리스에 몸을 맡긴 채 휴식을 취했다.

조씨는 "오래 쪽방살이를 하며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그래도 여름을 나는 것은 어렵다"며 "집은 너무 비좁기도 하고 에어컨 바람을 쐬려면 문을 열어야 해서 좀 그래"라며 무더위 쉼터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조씨가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1시간 동안 조씨와 같은 사정을 가진 6명의 주민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일대의 최고 기온은 영상 32.2도를 넘었다. 전국 각지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고, 지난 11일 강릉에선 작년보다 18일 빠른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나, 여름 날벌레처럼 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강릉 열대야는 발생 이틀 만에 해제됐으나, 밤사이 20도 중반으로 유지된 기온이 낮까지 이어져 한증막 날씨를 연상케 했다.

평소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쪽방촌 주민들은 이곳 창신동쪽방상담소를 비롯해 곳곳에 자리 잡은 무더위 쉼터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이들이 사는 쪽방은 단열이나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제대로 된 냉방 설비가 없어 하루종일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또 정화조와 위생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름철만 되면 코를 찌르는 악취를 피하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쪽방촌 주민 박모씨(79·여)는 "정화조가 없어 인근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정화조를 설치할 부지의 소유권 문제가 복잡하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쪽방촌 주민 사정에 이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평소보다 2주 앞당겨 지난달 20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운영 중인 쉼터는 서울역, 종로 돈의동·창신동, 남대문, 영등포 등 총 7곳으로 모두 쪽방촌에 인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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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김서윤 기자
아울러 시는 쪽방촌 주민들의 위생문제를 해결하고자 동행목욕탕, 공용샤워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쪽방촌 주민들의 더위, 위생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쉼터는 임시거처일 뿐 여름철 일상생활을 전면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쪽방은 단열·냉방 시설 설치가 미흡하다. 우리나라 최저 주거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하므로 쪽방 자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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