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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몰래 녹음한 통화, 사생활 침해 크면 증거능력 없어”

[오늘, 이 재판!] 대법 “몰래 녹음한 통화, 사생활 침해 크면 증거능력 없어”

기사승인 2024. 01. 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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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몰래 휴대전화 녹음한 파일 '증거능력' 인정 여부 쟁점
대법 "녹음 경위·내용 따라 증거능력 부정할 수도"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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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녹음한 통화 내용이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 3월 실시된 지역수협 조합장 선거에서 선거인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법이 허용하지 않는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던 중 다수의 통화녹음 파일을 입수해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는 A씨의 아내가 불륜을 의심해 남편 몰래 휴대전화의 자동 녹음기능을 활성화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A씨는 해당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감청에 해당하고, 증거로 사용됐을 때 침해되는 사생활의 비밀 등 사익이 형사소송상 공익보다 커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그러나 통화 녹음의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며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했지만 아내의 행동으로 A씨 사생활 혹은 인격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증거수집 절차가 개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통화 녹음파일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해도 녹음 경위, 녹음 내용 등에 비추어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 사건에선 '중대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어떤 상황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지는 향후 법원의 판결이 누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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