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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통계 조작’ 범죄 여지 줄이는 시장경제

[김이석 칼럼] ‘통계 조작’ 범죄 여지 줄이는 시장경제

기사승인 2023. 09. 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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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문재인 정부가 집값, 소득, 고용 등 국가의 주요 경제지표를 왜곡하고 조작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광범위한 통계의 왜곡과 조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중국에서 모택동 시절, 공산당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실행할 시절에나 있었던 일인데.

사실 통계수치는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잘 살펴봐야 한다. 제대로 잘 살피지 않으면 정확하게 집계된 통계수치라고 하더라도 잘못 이해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이 배제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통계수치일 경우 특히 그렇다. 과거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하던 구(舊)소련에서는 면적 단위로 유리생산 통계를 내고 각 유리공장에 할당량을 배정했더니, 너무 얇아서 잘 깨어지는 유리를 만들었다. 할 수 없이 무게 단위로 교체했더니 이번에는 잘 깨어지지는 않지만 쓸모가 없는 너무 두꺼운 유리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모택동 시절, 구식 제철방식인 '토법고로'로 철의 생산량을 극대화할 것을 강요했더니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멀쩡한 쇠로 된 농기구와 쇠로 된 식기들을 고로에 집어넣어 불량품 철을 만들어냈다. 이 사례들은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이 선택하는 것과 무관하게 정부가 특정방식의 목표량을 강요했을 때 빚어지는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비자 선택이 배제되다 보니, 면적 기준이든 무게 기준이든 유리 생산량의 증가가 소비자 후생의 증가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구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살펴보았더니 바로 소비자 선택의 배제라는 근본적 문제들에 더해 할당된 생산량을 충당하지 못하면 곧바로 책임을 추궁당하기 때문에 통계를 조작하였기 때문에 소련의 생산능력이 실제에 비해 엄청나게 과대평가되고 있었다고 한다.

소비자 선택이 살아 있는 시장경제에서도 각종 통계수치는 정직하게 집계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신중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근원 물가지수'라는 게 있다.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이나 석유 등 원자재 등을 빼고 측정한 물가지수인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서 농산물과 석유는 절대적으로 중요한데도 이들의 가격변동은 제외시킨다. 그래서 근원물가는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과소평가한다.

이처럼 통계를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성은 '학문과 이성적 판단의 영역'이라면, '통계의 조작'은 '범죄의 영역'이다. 정말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정책들의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통계를 미리 접한 다음, 압력을 가해서 이를 수정하도록 만들었다면,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가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정하는 바로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통계 조작이 문재인 정권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중국의 통계는 전 세계적으로 믿지 못할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자기 나라의 GDP 통계를 믿지 않는다면서 철도물동량, 전력소비량, 은행대출 증가율 등 3가지 대체변수로 경제성장률을 추정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래서 최근 중국에서조차 허위통계 보고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입법에 나선다고 한다.

감사원이 밝힌 통계조작이 정말 있었다면, 망국의 만성병이 되기 전에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하나만 사족을 붙인다면, 정부가 불필요하게 '관리'하던 분야들을 민간의 창의가 발휘되는 곳으로 전환시킬수록, 정부가 통계를 내거나 조작하여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고자 하는 여지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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